[기자수첩] 누군가는 약자를 도와주려 했고, 누군가는 약자를 짓이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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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군가는 약자를 도와주려 했고, 누군가는 약자를 짓이기려 한다
  • 강상준 기자  sjkang14@naver.com
  • 승인 2023.09.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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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준 기자
강상준 국장대우

[중앙신문=강상준 기자] 저는 충성, 정의, 의리밖에 모르는 바보 군인이다. 앞으로도 오로지 군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제 명예를 되찾을 것이다이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말이다. 그는 정계진출설 제기 등 낭설이 떠돌자 자신이 삶에서 가장 중시하는 군인으로서의 사명과 명예를 강조하며 낭설을 일축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사망원인을 수사했다가 항명혐의로 역으로 수사 받는 처지가 됐다. 그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부터 하급간부까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결재도 받았다. 그러나 하루 만에 경찰 이첩을 하지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박 대령은 이 사건은 군이 수사하기 난해하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에 이첩했다.

그러자 군검찰은 박 대령을 항명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시작했고 지난달 30일 구속까지 시키려 했으나 군사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누군가는 자신보다 약자를 살리려 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보다 약자를 짓이기려 한다. 채 상병은 수해 실종자를 살리려 구명조끼 받지 못한 채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박 대령은 채 상병이 죽음에 이르게 된 근본 원인이 지휘부에 있다는 수사 결론에 다다랐고, 이 같은 그의 사명감은 그 자신을 구속 직전의 위험에까지 몰아넣었다.

항명과 정치진출설 등으로 박 대령을 압박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볼 때 다수 국민들은 박 대령의 명예를 지지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응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은 국민들이 잘 아는 10여년 전 특수수사 검사 윤석열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항명해 국감장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했고, 이는 오늘날의 윤 대통령을 만든 기폭제가 됐다. 박정훈 대령을 보면서 국민들은 과거 수사 외압에 굴하지 않았던 검사 윤석열을 떠올리고 있다.

현재 벌어지는 이 사건의 추이를 볼 때 군을 비롯한 윗선은 너무 섣불리 박 대령의 명예를 꺾으려 한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든다. 누구나 진실에 대해 목말라 있다. 권력으로 진실을 덮으려 할 때에 아무리 약자라도 꺾이려 하지 않고 용수철처럼 반발한다.

채 상병 사망사건의 진실 규명은 앞으로 벌어질 일의 시작단계에 있다고 본다. 이번 일은 점점 더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고 점차 진실을 향한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해결책은 권력자들의 조속하고 성의 있는 사과와 해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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