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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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객기’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3.07.2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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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부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복더위. 우리나라 24 절기 가운데 복날은 절기에는 속하지 못하지만 더운 기운이 가장 강하다. 오죽하면 복더위를 삼복더위는 소뿔도 꼬부라든다고 했을까? 80-90년대 7월 더위는 정말 견디기 힘든 시절이었다. 지금은 에어컨이 있어 그나마 견디어 내고 있지만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살인 더위라는 표현이 입에 붙어 다녔다. 또한 물놀이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계절이다.

에어컨이 필수가 된 지금은 굳이 피서를 가지 않고 집에서 에어컨이나 틀어 놓고 있는 게 피서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시절에 태어난 우리 때의 젊은 시절 70-90년에는 여름이면 계곡과 바다와 강가를 찾아 피서를 즐겼다. 그리고 물가에 피서를 가서 수영 좀 한다 치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수영을 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놀았다.

그 시절 젊은 나이에 술과 함께 객기를 부려 강이나 바닷속으로 뛰어 들어가 수영을 하는 이들이 많았고 불의의 사고도 많이 당했다. 오죽하면 그 시절 점집에 가면 물가에 가지 말라는 말을 하며 액운이 꼈다는 말을 많이 했을까?

90년대 초 객기를 부렸던 여름날 내 나이 30대 초반이었다. 모임에 갔다가 술에 취해 한강을 건너겠다며, 친구가 보는 앞에서 한강 물속을 뛰어드는 객기를 부렸다가 친구에게 붙잡힌 일이 있었다. 술이 취해서 생긴 객기였다.

객기는 사전적 표현에 따르면 혈기에서 함부로 부리는 용기라고 한다. 이러니 말리기도 어렵다. 말릴 수도 없는 잠깐의 사이에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때 나를 말리는 친구를 향해 객기를 부리며 ! 내가 말이야 저 한강을 건너야겠다고 말하고는 한강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자 친구가 붙잡으며 하하하 자넨 지금 저쪽 한강에서 여기로 건너왔어, 그런데 왜 또 건너가려고 하냐?, 그러면 정말 힘 빠져 죽어!” 하며, 좋은 말로 달랬다. 그때의 그 친구 말이 참으로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말을 들은 나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 친구가 힘이 빠져 죽는다 했을 때 스스로 나를 진정시켰다. 나의 객기를 잠재운 친구의 멋진 말씨가 나를 살린 것이다. 그랬다! 나는 건너온 사람이 된 것이었고 객기를 더 부리지 않아도 되는 한 마디였다. 아마도 부추기는 말이 되었다면 객기를 더 부려서 한강을 건너려고 다시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말리거나 붙잡지 않았다면 귀중한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술이 취했으니 수영이나 제대로 했을까? 수영장에서 오랫동안 수영 강습을 받았던 나지만 강 수영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시답잖은 수영 강습을 받은 정도로 한강을 건너려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말리지 않을 경우 십중팔구는 사고를 당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객기로 인해 사고를 많이 당한다. 타인에게 자기 자신을 우월하게 보이려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주 전국이 너무도 많은 비가 내렸다. 비 피해로 가슴 아픈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허망하다. 어떻게 저런 일이.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 보는 이가 이럴 진 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허망할까?

우리는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피해 예상 지구에 있을 경우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앞뒤 보지 말고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피해 위험지역에 있으면서도 피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객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지켜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피해를 입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다음 주부터 7일 동안 많은 비가 내린다 한다. 더구나 태풍까지 오고 있다는 예보다. 우리는 주변을 수시로 살펴 위험지역에 살고 있는 분들은 관할 지역 시··구청의 안전총괄과로 연락해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래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무슨 일이든 객기같은 행동을 하지 말고 위험지구 주민들은 좌고우면 하지 말고 피해야 한다. ‘어느 여름날의 객기같은 일들에 나부터 다스려져야 한다. 장마기간에 위험 지역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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