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수령 500년 수원 느티나무, 희망의 싹이 자란다
상태바
부러진 수령 500년 수원 느티나무, 희망의 싹이 자란다
  • 권영복 기자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8.10.30 17: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느티나무 밑동 주변에 새로운 싹이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수원시 제공

| 중앙신문=권영복 기자 | 밑동 주변서 새싹 20여개 ‘쑥쑥’
혹독한 올해 겨울나기가 관건

따뜻한 봄에 본격적 복원작업

올여름 장맛비에 큰 가지 4개가 부러진 수령 500년이 넘는 수원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를 살리기 위한 복원작업이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는 나무종합병원 원장 등 전문가와 함께 느티나무에서 자라 나온 맹아(새로 돋아나오는 싹)에 기대를 걸고 애지중지 보살피고 있으나, 이 어린싹들이 다가오는 겨울철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나무 높이가 33.4m에 이르는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가 부러진 것은 올해 수원에 첫 장맛비가 내린 지난 6월 26일 오후 3시. 장맛비와 함께 강풍이 불어 닥치자 수령이 500년 이상 된 이 느티나무의 높이 3m 부분에 자리한 큰 가지 4개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원줄기 내부에 공간이 생겨 있던 탓에 바람과 비를 지탱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오어린이공원 느티나무는 1790년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무렵 나무가 구렁이 울음소리를 냈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1982년 10월 보호수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5월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통동 주민들은 매년 단오에 나무 주변에서 ‘영통 청명 단오제’를 열고 있다. 축제는 청명산 약수터에서 지내는 ‘산신제’로 시작돼 느티나무 앞 ‘당산제’로 이어진다.

수원 시민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느티나무가 부러지자 수원시는 곧바로 전문가들과 함께 느티나무 복원에 나섰다. 다행히 느티나무의 뿌리는 살아있었고, 느티나무 옆에는 맹아 20여개가 뻗어 나오고 있었다. 사고 후 4개월이 지난 현재 이 맹아는 50∼100㎝까지 자랐다. 지금으로서는 이 맹아들이 느티나무를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수원시는 여러 차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복원 방안을 모색했다. 맹아가 잘 자라도록 수간주사를 놓아 영양분을 공급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자칫 주사 부위에 덧이 날 수 있어 그냥 자연 그대로 자랄 수 있도록 지켜보기로 했다. 또 다가오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맹아 주변에 방한·방풍 시설물 설치도 고려했지만, 역시 맹아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아 스스로 월동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느티나무가 스스로 겨울을 잘 이겨내고 병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안 주고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면서 “따뜻한 봄이 되면 건강한 맹아를 선별해 본격적인 복원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느티나무의 부러진 가지들은 현재 수원무궁화 양묘장에 옮겨져 보관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양평 대표축제 '제14회 양평 용문산 산나물축제' 개막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김포시청 공직자 또 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오늘 날씨] 경기·인천(24일, 수)...돌풍·천둥·번개 동반 비, 최대 30㎜
  • [오늘 날씨] 경기·인천(11일, 토)...일부지역 오전부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