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벼베기 여주시 ‘勝’

첫 모내기한 이천시에 벼베기로 역전

2018-07-09     여주=박도금 기자

 두 지자체, 홍보 효과 높이고자 경쟁
 모내기 후 111일 만에 1000㎏ 수확
 “하우스 벼재배 기술 이천시보다 좋아 ”


‘최고의 경기미(米)’ 자리를 놓고 이웃한 이천시와 해마다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여주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첫 벼베기 타이틀’을 차지했다.

여주시는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30분 동안 우만동 소재 홍기완씨의 비닐하우스 1980㎡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극조생종 진부올벼 1000㎏을 수확했다. 지난 3월 모내기를 한 지 111일 만이다.

전국 첫 햅쌀인 이날 수확한 쌀은 오는 13일 서울 양재 하나로클럽에서 판매된다.

여주시 관계자는 “우리가 이천시보다 올해 모내기는 한 달 정도 늦었지만, 벼베기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하게 됐다”면서 “이천시보다는 하우스에서 벼를 재배하는 기술이 여주시가 좋아 벼를 튼튼하게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여주시가 이천시를 언급하며 전국 첫 벼베기 성공을 기뻐하는 이유는 이웃한 두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에서 쌀 맛이 가장 좋기로 소문난 대표적인 경기미 재배지이기 때문이다.

‘임금님께 진상하던 최고 품질의 쌀’ 명성을 놓고 벌이는 두 지자체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은 각 시의 대표 쌀 브랜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여주시는 ‘대왕님표 여주쌀’을, 이천시는 ‘임금님표 이천쌀’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천시가 홍보전에서 한발 짝 앞서면서 전국적으로는 이천쌀이 조금 더 유명하다.

두 지자체는 홍보 효과를 높이고자 해마다 전국 첫 모내기를 누가 먼저 하느냐를 두고 경쟁을 해왔지만, 2월에 모내기 하는 이천시가 번번이 승리했다.

이천시가 엄동설한인 2월에 모내기 할 수 있는 비법을 2013년 찾아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모내기가 5월 중순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무려 3개월이 빠르다.

이천시는 2013년 이천시를 포함한 인근 5개 시·군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이천광역쓰레기소각장의 폐열을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논까지 1㎞가량 관으로 끌어와 수막재배를 한다.

이 덕분에 겨울에도 볍씨를 심어 모내기할 수 있을 정도인 ‘비닐하우스 온도 20도’를 유지한다.

여주시가 그동안 이천시보다 모내기를 빨리하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2월에는 모내기할 수 없었다.

결국, 전국 첫 모내기 타이틀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천시에 양보한 대신, 전국 첫 벼 베기 타이틀은 여주시 차지가 됐다. 여주시는 지난해에도 이천시보다 앞선 7월 5일 전국 첫 벼 베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이천시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모내기한 벼가 썩는 바람에 제대로 벼 베기를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