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있는 그대로 인정하라

2018-05-18     중앙신문

개망나니 아들이 그날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돌아오자 황희 정승이 큰절을 했다. 깜짝 놀란 아들이 물었다.

“아니 아버님 어찌 소자에게?”

“제 말을 안 들으니 분명 우리 가족은 아닐 테고……. 그럼 손님이실 테니 인사를 드립니다.”

과연 황희다. 사람 심리에 대한 통찰이 압권이다. 이 사건 이후 아들은 개과천선해 가문을 빛냈다.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자녀를 짜증의 대상이거나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가 문짝도 아닌데 소유물로 생각하고 함부로 페인트칠을 하려 한다.

“아유, 색깔이 맘에 안 드네.”

빨강, 파랑, 노랑 등 부모가 원하는 색깔을 칠한다. 아이는 숨이 막힌다. 누가 당신 얼굴에다 함부로 페인트칠한다고 생각해 보라. 미술에 소질 있는 아이에게 의대 가라 하고, 음악에 재능 있는 아이에게 법대를 가라고 하면 어찌 되는가?

아이가 원하는 걸 원하라. 명령보다는 대화하고, 잔소리하기보다는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보자. 간섭하고 요구하기보다 일기를 써라. 아이의 느낌, 아이의 요구사항, 아이의 특징, 아이의 바람, 아이의 소원, 아이의 재능, 아이의 표현, 아이의 유머 등을 기록한 ‘자녀 일지’.

아이는 또한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고귀한 인격체다. 그 많은 비판과 비난, 울화통과 저주를 들을 만큼 못난 존재가 아니다. 한 번 따져보라. 허준과 그 부모 중 누가 더 위대한 일을 했나? 이순신과 그 부모, 김구와 부모, 니체와 부모, 퀴리부인과 부모……. 모두 부모보다 자녀가 더 훌륭하다. 그러니 앞으로 자녀를 볼 때마다 나보다 더 나은 분이 여기 계시는구나, 귀하고 소중한 분이구나 생각하며 옷깃을 여미기 바란다.

밤늦게 책을 보던 아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철이 : 해는 왜 뜨고 져요?

아빠 :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가라앉잖니. 낮에는 뜨거워서 올라갔다가 저녁이면 식어서 가라앉는 거란다.

철이 : 그럼 왜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여요?

아빠 : 바람 때문이야. 해가 있는 곳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만 부는 바람이 있는데 그걸 태양풍이라고 하지.

철이 : 해가 진 뒤에는 어디로 가요?

아빠 : 서쪽이니까 중국이지. 그 동네는 유난히 땅이 붉다더구나.

철이 : 그곳 사람들은 모두 태양 때문에 화상을 입었겠네요?

아빠 : 아까 말했잖니. 저녁이면 해는 식는다고.

철이 : 그 큰 해가 중국에 떨어지는데 어떻게 지구가 멀쩡한가요?

아빠 : 해가 크다니, 동전만 하잖아!

철이 : 그럼 어떻게 다시 떠오를 수 있어요?

아빠 : 빨리 안자니?

마지막에 낸 짜증 때문에 앞에서 자상하게 대답한 공덕까지 다 사라졌다. 습관적인 잔소리 대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하라.

“아들아, 네가 원하는 걸 존중한다.”

“딸아, 네 마음이 원하는 거라면 나도 그걸 원한다.”

가정은 개인을 존중하고, 개인은 가정을 존중하자. 야단을 쳐도 유머를 섞어 부드럽게 연출하는 황희의 노련함을 배우자. 끝으로 부모 자녀 간 실습하면 좋을 방법을 소개한다.

1. 당신이 평소 자녀에게 하는 말을 적어라.

2. 자녀와 부모가 역할을 바꾸어 적은 그대로 말한다.

3. 그렇게 서로 나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