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복지민낯 드러낸 성남모녀 죽음

2023-02-05     중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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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3일자 본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성남 다세대 주택에 사는 70대 어머니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죽음 역시 장시간 연락이 닿지 않아 집주인의 방문으로 알려졌다. 복지의 민낯이 또 드러난 것 같아 안타깝다.

집안에서는 이들이 남긴 유서가 나왔다. “장사하면서 빚을 많이 졌다”, “보증금 500만원으로 밀린 월세를 처리해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로 보아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11월 서울 신촌 모녀 사건과 판박이다. 그동안 정부의 수많은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복지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성남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 계층인 차상위계층이었지만 전기료 등 공과금이나 월세를 밀리지는 않아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정부가 마련한 찾아가는 복지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가 있음도 증명된 셈이다.

정부는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등록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소재 파악이 어려운 위기가구를 찾아내기 위한 보완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집이 비어 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위기 가구원 17429명에 대해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소재를 신속히 파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위기가구 발굴에 활용하는 정보를 34종에서 44종으로 늘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행 시점은 금년 하반기였다. 그사이 이번에 성남 모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시행을 좀 더 앞당겼으면 성남 모녀를 살릴 수 있었지 않나 아쉬움도 남는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이번 성남 모녀도 수원 세 모녀와 신촌 모녀 등과 마찬가지로 동네 주민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관심도 그만큼 적었고 이러한 무관심이 위기가구를 늘리는 한 원인이라는 사실도 이번에 다시 드러났다.

이를 볼 때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의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 지자체는 이러한 사실을 감안, 시스템 구축에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 해 200조원 가량의 사회복지분야 예산을 쓰는 경제 대국이다 그럼에도 언제까지 몇 개월 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건강보험료 미납 고지서와 빚 독촉장, 유서만을 남기고 외로운 죽음을 선택하는 이웃의 비극을 접해야 하는가. 이제라도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땜질식 개선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