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랙아이스’ 사고 모두 부주의 탓인가

2023-01-17     중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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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어김없이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이 급증한다. 또 났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져 많은 인명 피해를 낸다. 지난 15일 밤에 발생한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 44중 추돌사고도 그중 하나다. 이 사고로 40대 여성 1명이 사망했고, 31명이 중상을 입었다. 같은 날 오후 75분께는 포천과 양주시를 잇는 어하터널에서도 차량 14대가 연쇄 추돌, 3명이 부상당하는 등 인근 지역에서만 비슷한 2건의 사고로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6일 새벽에는 성남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인근에서도 4중 추돌사고가 났다.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경찰은 블랙아이스 현상을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기온이 떨어진 늦은 저녁이나 안개가 낀 이른 새벽에 많이 발생한다. 그늘진 도로나 터널, 지하도, 교량, 고가도로 등이 취약지역이다. 이번 사고도 모두 이런 곳에서 발생했다. 블랙아이스 현상은 도로의 암살자로 악명이 높다. 운전자가 맨눈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워 사고 위험을 치명적으로 높이기 때문이다.

블랙아이스가 특히 무서운 것은 또 있다. 눈길보다 6배 정도 미끄럽고, 사고 때 사망률이 4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있어서다. 실제 시속 50주행 기준으로 마른 노면에서는 제동거리가 11m이지만 빙판길에선 48m4배 이상 길어진다고 한다. 발생했다하면 대형이고 일반 교통사고보다 사망률이 높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 블랙아이스(서리·결빙)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70명으로 적설 교통사고 사망자 46명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겨울철에 운전할 때 블랙아이스 구간으로 의심되는 곳에선 매우 조심해야 한다. 사고를 피하기 위해선 감속 주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결빙 의심 구간을 미리 파악하고 그 주변에선 속도를 줄여야 한다. 특히 교량이나 산기슭, 터널 입·출구 주변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자들만의 주의로 사고를 줄인 순 없다. 이번 4건의 사고가 이틀 사이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났을 뿐 아니라 서로 그리 멀지 않은 인접 지점에서 발생한 사실에 비춰볼 때 본래 위험한 구간이었을 수 있다. 교통 당국의 도로 관리 상황도 아울러 따져 봐야 한다. 차제에 전국의 도망에 대한 블랙아이스 사고 예상지역 긴급 점검도 나서기 바란다. 그래야 설 연휴 국민들의 안전 귀향·귀경도 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