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오랜 산고 끝에 새해 예산안 처리…법정시한을 3주나 넘긴 23일 새벽 가결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가까스로 통과’ 金의장, '2차 중재안·3차 '마감시한' 제시 합의 불발 시, 정부안·야당 안으로 ‘압박’ 양당 ‘金의장의 압박’에 백기 들고 ‘투항’

2022-12-25     박남주 기자
여야는

여야가 오랜 진통 끝에 새해 나라 살림에 필요한 ‘2023년 예산안’을 법정시한을 3주 넘긴 23일 새벽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이날 예산안이 타결(妥結)된 데엔 김진표 국회의장의 역할이 주효했다. 당초 법정기한을 가볍게 넘겨가면서 계속돼온 싸움에 김 의장은 2차례 중재안과 3차례 '마감 시한'을 제시해가며 교두보 역할을 했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속개해 ▲법인세율 현행 과세표준 4개 구간별 각 1%P 인하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 예산은 정부가 편성한 약 5억 1000만 원 규모에서 50% 감액(다만 해당 기관은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 시 관련 대안 마련해 합의·반영)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3525억 원 편성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융자사업은 6600억 원 증액, 정부의 공공분양주택융자사업은 기존 정부안 유지 등의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당초 연말까지 대치가 점쳐지던 여야의 합의엔 직전까지 이어진 김 의장의 중재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23일 개의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안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압박했다.

김 의장의 이같은 경고는 앞서 두 차례 압박에 이은 최후의 통첩이었다. 김 의장의 압박은 예산안이 지난 2일 법정 처리 기한을 넘긴 이후부터 시작됐다.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인 9일을 '마감일'로 제시한 게 첫 번째였다.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 회기를 넘긴 적은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이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양당 정책위 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 나아가 원내대표까지 더한 '3+3' 협의체가 가동됐지만 핼러윈참사와 관련해 민주당이 단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상정한 데 따른 파장이 컸다. 예산안과 함께 처리돼야 하는 예산부수법안을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현행 25%)을 3%P 낮추는 정부안을 두고는 "공급망 재조정 시기 투자 활성화(국민의힘)" "초부자 감세(민주당)"란 격론이 벌어졌다.

이에 김 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정부안대로 내리되 시행을 2년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김 의장에게 단독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의장은 '합의'를 강조하며 끝내 거절했다.

김 의장의 두 번째 중재안은 임시국회 본회의 날인 15일 나왔다. 이때까지도 여야가 '원내대표 회동'과 '이견 확인'을 반복하자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와 행안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관련 문제를 추후 해결하되, 우선 예비비를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여당이 "수용키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한을 넘기자, 김 의장은 '버럭'하며 이튿날인 16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취약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 아니냐"고 호통쳤다.

이런 상황으로 여야의 지루한 명분 다툼이 계속되자 결국 성탄절을 넘기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여야는 김 의장의 이같은 압박에 백기를 들고, 예산안에 최종 합의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정부 정책과 철학을 담았다", 민주당은 "민생예산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여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양당이 자당의 명분 때문에 예산을 갖고 대립해 온 것“이라며 ”늦게나마 합의 통과가 된 것은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