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누구를 위한 도로 개설인가?” 논란

20년 전 도로 예정지, 공사 강행 하려는 용인시 주민, 교통 환경 변화·주민 안전·문화재 등 ‘반대’

2022-11-20     안직수 기자
용인시가

용인시가 20여 년 전 설계한 채 답보상태에 있던 도로 신설을 최근 추진하면서 그동안 교통 환경이 바뀐 점을 무시한 채 공사를 위한 공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 도로 예정지에 학교 부지가 다수 포함돼 있고, 지역 문화재와 인접해 있는 등 다수의 문제를 안고 있는 등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일 용인시와 마북동 주민 등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용인시 마북동 일원에 계획하고 있는 중 1-75호 도시계획도로로 인근에 구성초등학교와 농협 등이 위치해 있다. 마북동 일대에 아파트가 신축되면서 수원, 성남 등 외곽으로 진출하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도로였던 구성농협과 구성초를 가로지르는 4차선 도로와 마북교차로에서 정체 현상이 종종 발생하자 시는 구성초 뒤편을 지나는 별도의 도로를 계획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도로가 신설될 경우 학교 4면 모두가 도로로 둘러싸여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되는 점 등을 들어 반대활동을 펼친데 이어 최근에는 정체구간을 해소할 대3-6호 도로 개설로 인해 마북사거리 정체가 해소된 상황 등을 근거로 도로 계획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도로 예정지가 구성초등학교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환경수업으로 활용하는 농지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영화 우림필유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20년 전 계획 당시와 지금의 도로 사정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를 만들고 이로 인해 아이들과 주민들의 안전은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도로를 일몰이 끝나는 내년 이전에 공사를 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행정주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교통 환경 개선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시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교통영향분석을 실시해 지난 6월 밝힌 자료에 따르면 도로개설시 마북교차로 구간에서 기체도는 5.3초 증가하고, 마북로 일대는 0.2~8초 이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시 입장은 다르다. 교통 개선의 필요성이 있고, 도시계획에 따른 도로개설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유림필유 아파트 주민을 제외한 인근 주민들은 도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그동안 주민들의 반대로 필요한 도로개설을 미뤄왔는데, 내년 초 이전에 공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계획이 철회된다. 여러 의견이 조율된 만큼(도로신설)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와 관련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검토도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로 시작 부분에 경기도 기념물 제18호로 지정된 대한제국 애국지사인 민영환 묘가 위치해 있는데, 도로가 이곳에서 불과 수 m 이내에 근접해 있다. 민영환 묘와 뒤편 녹지지대는 주민들이 산책을 겸해 자주 찾는 곳인데, 바로 앞에 4차선 도로가 개설 되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문화재 지표조사 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한 문화재 위원은 민영환 묘가 갖는 역사성과 가치가 적지 않다. 문화재보호구역과 도로가 너무 가까워 여러 가지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용인시가 이 절차를 철저히 지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구성초 토지 매입을 위해 교육청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문화재 지표조사에 걸리는 시간은 크지 않다. 문화재를 침범한 것도 아닌 만큼 빨리 절차를 진행해 내년 1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