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든 어린이 잠든 시간에도 ‘30km’로 가는 자동차...합리적인 법 개정 요구 ‘봇물’

민식이법 시행 3년...불합리한 법에 시민들 ‘불만’ 주말·야간 등 시간대 고려한 ‘일몰제’ 등 운영 필요

2022-10-10     김영식 기자
10일

사례1 # 수원에 거주하는 A(57)씨는 추석을 앞둔 주말 벌초를 다녀왔다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위반으로 11만원의 범칙금 통지서를 받았다. 일요일인데다 시골의 한적한 길이었지만, 지도를 찾아보니 어린이보호구역 표시가 있어 할 수 없이 범칙금을 내야 했다. A씨는 시골 학교의 경우 대부분 아동이 통학버스를 이용하고, 일요일에는 학교도 문을 닫는데 보호구역 내 속도위반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전했다.

사례2 #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는 B(53) 씨는 누구보다 과속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지만, 최근 저녁 10시에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다가 과속으로 범칙금을 받았다. B씨는 “50km 속도를 유지하며 갔는데 어두운 길이다보니 어린이보호구역인지 몰랐다어린이보호구역 제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아동이 전혀 돌아다니지 않는 시간까지 과속 단속하는 것은 좀 심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안전한 보행권 확보를 위해 어린이보호구역내 주정차 및 과속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는 민식이법이 시행 3년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아동과 무관한 시간대까지 30km 속도제한을 규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민들 사이에서 소위 일몰제 운영방식에 대한 의견도 다수 나오고 있다.

20199월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아동이 숨지면서 같은 해 12월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공포한 민식이법은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시설 인근 도로에서 차량의 속도를 30km로 제한하고 있다하지만 민식이법 시행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운전자들의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퇴교 시간 이후나 휴일에 과속단속을 하거나 저녁 늦게 골목길 주차를 하는 것까지 단속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실제 초등학교의 경우 오후 4시면 대다수 아동이 퇴교를 하지만 단속카메라는 24시간 내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등하교 시간과 무관한 주말에는 단속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잘 안 가던 곳을 방문했다가 어린이보호구역인지 모르고 50km 정도로 지나갔다가 벌금을 내게 됐다.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면 아동이 활동하지 않는 시간대는 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대안으로 일몰제를 제시한다. 많은 차량이 일시에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과 주말에만 운영하는 버스전용차로제가 그 예다.

B씨는 대로변 곳곳에 어린이보호구역이 설정돼 있다 보니 자칫하면 야간 운행 시 바닥 표지판을 보지 못하면 과속으로 적발될 수 있다·하교 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30km를 적용하고, 이후 시간은 일반 속도 규정을 적용해 탄력적으로 시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 C씨는 어린이보호구역 야간주차를 시에서 단속하지는 않지만 일반 운전자가 차량 블랙박스로 촬영해 신고하면 어쩔 수 없이 벌금을 내야 한다주택가 주차난을 고려해 24시간 주차 금지가 아니라 시간대에 따른 합리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역 한 경찰 관계자도 어쩔 수 없이 규정을 위반하면 범칙금 통지서를 보내고 있지만, 야간이나 주말에 적발된 운전자의 경우 적지 않은 금액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관련 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동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긴급히제정된 민식이법. 일몰제를 포함해 합리적인 법 개정을 많은 시민들이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