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맨홀서 50대 근로자 산소부족으로 숨져…유족 "안전관리소홀 사고"

2022-07-12     강상준·김유정 기자
양주시의

양주시의 유명 골프장 맨홀 안에서 작업하다가 쓰러진 50대 근로자가 2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지난 10일 끝내 숨졌다.

유족은 골프장과 시설관리업체의 안전관리소홀에 따른 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골프장과 시설관리업체가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유족에 따르면 근로자 김모(53)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9시31분께 양주시 만송동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내 맨홀 안에 들어가 지하수 유량계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고 당시 동료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김씨는 의식을 잃고 한참 동안 심정지 상태에서 방치돼 있다가 119구급대에 의해 구조,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김 씨는 2주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10일 오전 11시37분께 숨졌다.

김씨는 골프장 작업 일정에 따라 골프장 코스 내 연못에 공급되는 지하수 사용량(유량계)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왔고 안전장비 없이 맨홀에 들어갔다가 변을 다했다.

현장에 근무했던 동료들이 맨홀안에 들어가 김씨를 구조하지 못한 것은 당시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작업을 하는 등 위험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밀폐돼 환기가 안되는 맨홀에 들어갈 경우 산소결핍 또는 일산화탄소·질소 중독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공기호흡기·송기마스크·방독면·구조용삼각대 등 안전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맨홀 내부 작업을 할 경우 전문처리업체 소속 기술자를 투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사한지 2개월도 안된 김 씨를 맨홀에 들여보내는 등 작업에 대한 안전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는 작업자들이 지상에서 촬영 장비를 이용해 맨홀 안의 유량계를 촬영했으나 이날은 김씨가 오전 9시21분쯤 맨홀 내부로 직접 들어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유량계(사용량 6만2845㎥)를 촬영했다. 이날 촬영한 사진은 김씨의 휴대폰에 그대로 저장돼 있었다.

유족은 골프장 측과 시설관리업체의 안전관리소홀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골프장 측은 "김씨가 자발적으로 맨홀에 들어갔고 통상 지상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별도로 안전장비를 구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근로자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산소부족으로 숨진 것"이라고 말했으며,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관계자도 "산소농도가 18% 미만으로 떨어지면 생명에 위험한 데 맨홀 지하 1m 지점에서 산소농도 18%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