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출민국의 청년과 자영업자들

2022-05-12     김소영 기자
김소영

몇 년 새 대한민국은 대출 공화국이 됐다. 대출을 권장하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금리 때 대출을 안 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상황은 어떤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단계적 금리 상승의 시작 단계부터 우리 경제는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09조원을 상회한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685조원에 비해 33% 증가했다. 금리가 1%p 높아지면 연 이자부담도 9조원씩 증가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가계대출도 늘었다. 1505조원에서 1756조원으로 뛰었다. 지난해까지 저금리 상황 때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 모아 각종 부동산과 주식 심지어 코인에까지 빚내서 투자하는 개미들이 호황을 이뤘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다면서 정부는 번번이 대출을 만기연장해줬고, 원리금 상환유예를 실시했다. 각종 저금리 대출, 정부지원책을 남발해왔다.

두 달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경유값과 밀가루값, 식용유값 등이 폭등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 연준은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고 있고, 외부 요인에 취약한 우리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은 울상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종전 2%대에서 현재 4%대로 껑충 뛰었다. 불과 반 년 전까지 불던 ‘아파트 투기 열풍’은 자취를 감췄다.

어쩔 수 없이 개인들은 대출을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영업자들과 청년세대다. 우리사회에서 자영업은 ‘은퇴 후 할 것 없을 때 가게나 열자’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준비 없이 대출 받아 자영업하는 일을 주변에서도 흔히 본다. 그런 저런 이유로 이들은 우리사회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점에 위치해 있고, 금리가 더 오를수록 이들부터 무너져 내린다.

청년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저당 잡혀 대출한 영끌족이 부지기수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정부가 책임 져 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방책은 제시해줄 수 있다. 자영업자 부실, 청년들의 투기성 부동산 및 코인 투자 등이 앞으로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본다면 그리 밝지 못하다. 젊어서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 그 시기 해야 할 결혼과 자녀교육 등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대출을 남발한 은행들은 이제 돈을 걷어서 가압류하고 경매에 넘길 준비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기형적인 경제구조 양극화가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단기적 땜질식 처방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건강한 사회 경제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새 정부가 대안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 개인들은 기본 원칙을 새겨야 한다. 투자도 좋지만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고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성실히 해야 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