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짜뉴스 아귀다툼에 휘말린 본지 기사를 위한 설명서

2년5개월 전 ‘성남시장 집무실 남성 사진 기사’

2021-10-28     김광섭 기자
김광섭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의 흐름을 살펴보면 우리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엿볼 수 있다. 상대를 향한 증오와 흠집내기, 확인되지 않은 억측을 사실인 양 공표하기, 그러면서도 객관적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기. 그리고 이러한 촌극이 가능한 이유는 그러한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다수 뉴스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 25개월 전 출고된 본지 기사가 휘말렸다. 진실추구는 뒷전이고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잘못이다는 진영논리가 여론을 왜곡하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

2019529일자 <나는 이재명 지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페북, 사진글 논란>이라는 제하의 기사다.

중앙신문의 기사를 두고 정반대의 주장과 해석이 제기되면서, 논란 속에 또 다른 기사들이 확대 재생산됐다.

일부 독자들은 중앙신문 측에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보도했느냐는 거나, ‘이재명을 옹호했느냐고 묻기도 하는 일이 빈번하다. 질문자들이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면 그러한 아무말 대잔치성 질문을 하지 않겠지만, 이 또한 일부 뉴스 소비자들의 특성인 것을 어쩌랴.

본의 아니게 가짜뉴스 확대 재생산의 과정에 이용되고 있기에 본지로서는 다소 억울한 처지다. 이에 상세한 해명을 해둔다.

그러면 25개월 전 쓴 페이스북에 한 장의 사진과 글이 올라와 논란이라는 리드 문장으로 시작되는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자.

이 사진을 페북에 올린 A씨가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 집무실 시장 책상 위에 두 발을 올려놓고 포즈를 취한 모습을 상세히 설명했다. A씨가 “(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용도 A씨의 글을 인용해 덧붙였다.

다만 본지는 A씨가 공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직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A씨는 경기남부지역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뒤늦은 논란을 야기한 근원지는 어디인가?

장영하 변호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박철민씨의 주장을 옮기면서 이재명 조폭연루설을 제기했다.

장 변호사는 그러면서 과거 성남시장실에서 이 후보와 신원불상의 남성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때 사용한 사진이 중앙신문 기사였다. 장 변호사는 이 남성을 지목하며 조폭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후보 측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 후보의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사결과 사진 속 인물은 영어강사로 재직 중인 정모씨다. 2016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는 시장실을 개방해 시민 누구나 방문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집무실을 이렇게 매도할 수 있는 것이냐고 썼다.

수 년 전 이 사진을 포착해 최초 보도한 본지 취재기자의 취재를 종합하자면, 사진 속 남자는 조폭이 아니다. 남자가 조폭이었다면 당시 보도 또한 조폭이 시장 집무실 점령이라는 등의 기사가 보도됐을 것이다. 단순 현상만을 포착해 올리고 말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의 키워드는 가짜뉴스’, ‘허위사실인데 정작 제대로 최초 보도한 중앙신문이 해당 키워드들과 함께 논란거리로 올라 가짜뉴스를 생산했던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셈이다.

눈 밝은 독자들이 있어 안도하고 보람을 느낀다. 본지 기사 아래 24개월 만에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는데, 한 네티즌은 이 기사에는 조폭이란 말이 없는데 누가 조폭이라고 지껄이냐고 쏘아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취재해 쓴 보도 이유를 다시 설명하자면 당시, 정확한 설명 없이 공인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이재명 지사의 명예가 훼손되고 폄훼될까 염려된다는 점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