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선 경선 ‘역선택 방지조항’ 없던 일··· 1차 컷오프 20% 책임당원 투표 반영

윤석열 ‘역선택 방지조항’ 사실상 반영 분석 정 위원장, “역선택 논란 피하는 결과 ‘뿌듯’“ 갈등은 봉합···‘여론조사 디테일 과정에 관심’ 각 후보별 유불리 따라 ‘갈등 재연’ 가능 커

2021-09-06     박남주 기자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추진하려던 대선 경선에서의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치 않기로 했다.

다만, 100% 여론조사로 정해질 예정이었던 1차 컷오프에 20% 책임당원 투표를 반영해 최종 경선에서 '본선경쟁력'을 측정키로 했다. 윤석열 후보가 주장하던 역선택 방지조항이 사실상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선관위는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자정이 가까운 밤 11시까지 약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1차 경선에선 당원 의사가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20%의 당원 투표를 반영하고, 최종 후보는 당헌당규에 따라 여론조사 50%와 당원 50% 비율을 유지하되, 여론조사에서 본선경쟁력을 측정해 득점한 비율대로 점수를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진 역선택을 놓고 안을 만들다 보니 찬반이 자꾸 엇갈렸다”며 “발상의 전환을 해서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얼마나 있느냐'는 시각에서 논의를 진행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역선택 논란을 피하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역선택' 때문이 아니라 '당원의 의사'를 존중키 위함으로 이유만 바뀌었을 뿐, 국민의힘 전통 보수층의 답변 비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란 점에선 본질적으로 같다며 이미 일부 후보 캠프에선 역선택이란 표현이 제거됐을 뿐, 윤 후보에게 유리한 결론이라고 보고 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역선택 방지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역선택 방지조항으로 '가짜 지지자'를 걸러낼 수 있다면 더 많은 득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캠프 측 주장이었으며, 이번 선관위 결론으로 1차 컷오프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기회가 생겼다.

만약, 기존 안대로 여론조사 100%로 컷오프가 이뤄질 경우 최근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온 윤 후보가 2위와의 격차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아예 순위를 빼앗길 공산이 크다.

홍 후보 측 관계자는 "만약, 1차 컷오프에서 홍 후보가 1등을 하면 그 기세가 계속 이어지는 밴드왜건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윤 후보 측이 가장 겁내는 부분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홍 후보의 순위가 곧 뒤바뀔 것이라 했던 '골든크로스'가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기도 했다.

경기신문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공개한 여론조사(지난 3일~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에게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홍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2.5%로 윤 후보의 29.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 측이 1등 주자이면서도 역선택 조항에 홀로 집착한 이유는 1차 컷오프부터 '압도적 승리'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준석 대표가 선출되는 과정을 보면서 '밴드왜건 효과'나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준다는 '전략적 투표' 분위기가 얼마나 무서운 지를 학습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외관상' 역선택 방지조항 자체는 도입되지 않았고, 당원 반영 비율도 20% 정도인 상황에서 선관위와 후보들 사이의 갈등은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의 중립성을 비판해온 유승민, 하태경 후보는 선관위 결정 이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홍 후보 측도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선관위 회의 직전까지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러 정 선관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가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사퇴 의사를 접었다.

당장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여론조사의 디테일을 정하는 과정에서 각 후보별 유불리에 따라 또다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박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