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사면 ‘국민 공감대’ 필수

2021-01-17     박남주 기자
박남주

요즘 들어 ‘정치 1번지’ 여의도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으로 시끄럽다.

지난 14일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최종 선고함에 따라 이 사건은 완전 종결됐다.

지난 2016년 가을 국정농단 의혹이 불붙어 탄핵된 지, 약 4년 3개월 만의 결론이다.

확정된 형량은 뇌물 관련 혐의로 징역 15년, 국고손실 등 혐의 징역 5년이다. 과거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이미 확정된 2년을 합치면 22년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면이나, 가석방이 없을 경우 87세가 되는 오는 2039년이 돼야 형기를 마치게 된다.

벌금 180억 원과 추징금 35억 원도 원심대로 확정됐다.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해 국민들이 분열과 갈등을 겪었고, 후유증과 상처가 여전하다는 원심의 중형 선고이유를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대법원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연초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다시 사면론을 들고 나와 정치권이 찬반으로 갈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여권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전직 대통령들의 '사과와 반성'이 우선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부에선 '국가의 품격'을 명분으로, 국민통합을 할 의지가 있다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며 '조건없는 사면'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뇌물과 ▲알선 ▲수재 ▲배임 ▲횡령 등 5대 범죄는 사면치 않겠다고 했음에도 정치권은 시기의 문제일 뿐 사면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사면이 국민 통합에 기여치 못할 것이란 최근 한 여론조사와 국민적 동의는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에도 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 때부터 줄곧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하며 ‘공정하고 반칙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해 왔다.

하지만 기회는 평등치 못했고, 과정은 불공정 했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다시 찾아온 중요한 시험대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을 내세우면서도 국민의 동의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 특히 민주당에게서 그 동안 '선택적' 정의와 공정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구제방안은 없다'며 단호하던 정부가 의대생들에게 국가시험 재응시의 자격을 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 불신과 반감이 여전함에도 '국민여론이 바뀐 것 같다'며 슬그머니 눈치를 살피더니 올 상·하반기로 나눠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대생 국가시험 재응시 문제는 국가 신뢰의 문제"라며 "국가가 정한 기본 원칙과 약속은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민주당의 의견"이라던 결기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대선을 앞둔 고육지책이었다곤 하지만 오는 4월 7일 실시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든 것도 엄연한 반칙이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대로라면 후보를 내선 안 된다.

상황이 변경됐다고 해서 당원투표란 걸 통해 공천자를 내겠다는 비겁한 결정을 당원의 결정으로 남겼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청년층은 인천국제공항 사태에 분노했고, 다주택을 가진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처방식에 소홀해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며 분을 삯이지 못하고 있다.

남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식 원칙과 잣대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21대 총선을 통해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줬지만, 대통령과 민주당 국정수행 지지도와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며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동의없는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통합의 길이고, 과연 공평과 공정, 정의로운 것인가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그 취지가 빛을 발하려면 반드시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