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민생 위해 존재하는 의회돼야

2020-07-05     박남주 기자
박남주

요즘 돌아가는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4.13 총선으로 거대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지칠줄 모르고 내달리고 있는 야생마처럼 거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를 싹쓸이하면서 그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해 16개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3차 추경안을 처리했다.

31000억 원을 의결하는데 불과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추경안에 대한 지적들이 적지 않다. 우선 일자리 사업만 해도 일회성 단기 일자리가 상당수란 것이다.

일부는 추후 구직활동에 도움되는 업무 경험 쌓기라 하기에도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재활용품 선별작업이나, 산사태 현장 예방단 같은 일이다.

만든 일자리수가 되레 실업자수를 넘어서는, 과잉의 우려도 있다. 지자체등의 일자리 사업에다 직업훈련사업 등 기존 관련사업이 겹쳐서이다.

한국형 뉴딜 사업도 사업목적이 불분명하거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게 상당수란 평가도 있다.

국회 예산 정책처까지도 이번 추경에 대한 면밀한 국회 심의를 주문했고, 특히 사업에 따라선 내용 소명은 물론, 설계 보완까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추경이) 시급해서이기도 했겠지만 무려 35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인데다, 24시간 밤을 새워가며 심의를 한다해도 초당 1억 원씩은 심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추경을 심의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나흘 밖에 되지 않아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려는 상임위별 예비 심의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평균 심의시간 겨우 2시간 남짓. 3조 원 넘는 예산증액까지 이뤄졌다.

역대급 추경에 역대급 졸속 심의란 비판이 나왔다. 물론 추경엔 속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속도 만큼 중요한 게 방향이다.

방향을 바로 잡지 못하고 속도만 내다 방향이 잘못된 배가 자칫 산속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얻은 득표율은 49%이고, 통합당은 41%를 받았다. 그러나 그 차이는 8%를 훨씬 넘어서는 결과로 국정에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이것이 총선민의라고 주장한다. 18개 상임위 독식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집권여당의 이같은 행태를 지켜보며 마치 북치고, 장구치듯 보고만 있는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모습이 더 가관이다.

설사 힘이 없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뺏겼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국회 전체를 보이코트한 채 여당의 폭주를 구경만 하고 있는게 당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41%의 민심도 위대한 것이라고 스스로 주장할 땐 언제고, 언제까지 약자 타령만 할 것인가.

여당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고 국회 밖에서 성명서 한 줄 외치면 야당으로서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싶다.

최선과 최악이 아닌, 차선과 차악을 찾아 선택하는게 정치인데, 협상에서 패했다고 완전히 패한 것처럼 국회를 방기하는 것은 자포자기 한 것이나 다름없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끝없는 강경론은 막다른 골목을 만나기 마련이고, 투쟁은 수단일 뿐이라며 빈손보단 7개 상임위와 국정조사, 청문회를 받고 복귀하는게 낫다고 피력했다.

이는 차선책은 아닐지라도 차악책은 된다. 야당은 당장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 안방 내주듯 여당에 국회를 다 내주고 한가하게 차기 대통령론이나 저울질 할 때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도 한가하게 SNS에 글이나 올려 개별적인 이미지 정치를 할게 아니라, 청년들의 분노를 정치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하고, 차기 대통령감도 이런 투쟁을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얻은 41%라도 회복하고 싶으면 당장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

국회 밖에서 외치는 소리는 넋두리 밖에 되지 않지만, 국회 안에서 외치는 소리는 아우성이 돼 국민들이 들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당이 밉지만 야당은 한심하다는 소리를 더 이상 듣기 싫다면 야당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결국 국회는 민생을 위해 존재하는 의회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