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에세이]얼음 좌판대 위 등푸른생선의 꿈

2019-03-04     중앙신문

얼음 좌판대 위에 누워 꿈꾼다.

하얗게 작열하는 할로겐 등불 밑에 은빛으로 빛나는 얼음 조각 깔고 덮어 내 주검은 부패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되어 있다. 북빙양에서 차디찬 물마시고, 남태평양에서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숨쉬며, 허리케인의 모진 물매를 맞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의 근육을 곤두세우며 당당하게 바다를 헤엄친 나다.
얼음 조각 속의 투명한 꿈.

언젠가 배 갈라져 내장을 쏟아내고 육신은 토막나 뜨거운 가스레인지, 또는 팔팔 끓는 냄비 속에 헤엄치기를. 그리하여 신생아의 작은 입 속에서, 땀 흘리며 인생으로 돌진하는 청춘의 위장 속에서, 늙어 사위어 가는 노인의 틀니 사이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내 육신의 단백질, 기름기, 미량의 인(燐)과 각종 영양소는 물리적 분해와 화학반응으로 인간의 에너지로 분출될 것이다. 나는 잠시 대지에서 용트림하고, 인간 또는 동물의 잔해가 되어 빗물에 씻기고 개천에서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그리하여 무기화한 나는 플랑크톤이 되었다가 새우가, 멸치가….

드디어 나의 수천수만 대 후손의 몸속으로 먹혀들어 다시 태어난다.
그 날 바다 속 누비며 북빙양 찬물 마시고 남태평양 펄펄 끓는 열기를 숨쉬며 얼음 좌판대 위, 오늘을 찬미하리라.
좌판대 위 얼음조각은 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