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까지 왜 불렀는지… 들러리 된 기분”

2019-02-07     박승욱 기자

기간제 교사 지원자들 상당수 무경력 치이고 ‘내정’ 밀리기도

A씨는 최근 지역 한 사립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채용에 응시했다. 1차 서류 전형에서 합격한 10명 가운데 6명만이 2차 수업 실연에 참석했다. 3차 면접에 갔을 땐 2차 전형에 응시했던 6명 전원이 합격한 상태였다. A씨는 잠시 실망했지만, 잘만 하면 채용될 수도 있다는 꿈에 부풀기도 했다.

그때 대기 중이던 A씨에게 한 응시자가 “내가 이 학교에서 4년 전부터 일했는데 몰랐느냐”며 말을 걸었다. 다른 응시자들 앞에선 자신이 이 학교에 부임하기 직전 재직 중이던 교사가 자기 후배라고도 했다.

며칠 뒤 불합격 통보를 받은 A씨가 학교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응시자가 합격자로 올라 있었다. 이 응시자는 실제로 이 학교에서 근무하던 기간제 교사였다.

A씨는 “물론 해당 응시자가 점수가 높아 뽑혔을 수 있지만 학교마다 기존 기간제 교사들을 재채용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고를 보고 간 지원자들이 들러리로 전락하는 일은 흔하다”고 하소연했다.

높은 임용시험 경쟁률에 막혀 기간제 교사에 도전한 예비교사들이 어려운 전형을 치르고도 기존 교사의 재채용이나 내정 으로 좌절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라 기간제교사 임용 기간은 기본 1년 이내지만 3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한 학교에서 최대 4년이다. 이에 더해 신규채용 절차를 거쳐 합격하면 같은 학교에서 4년 넘게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계약이 갱신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학교는 한 기간제교사를 채용한 뒤 1∼4년마다 새로운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에 새로 진입하려는 이들은 기간제 경력이 없어 번번이 탈락하는 아픔을 겪는다. 암암리에 기존 교사를 다시 채용하는 ‘내정’에 밀리는 경우도 잦다.

인터넷 카페 ‘전국 기간제 교사 모임’에는 “수업 시연까지 시킨 뒤 ‘사실 하던 사람이 하기로 했다’는 학교도 있었다”거나 “기존 자리 재연장이면 시간 낭비 돈 낭비만 하게 돼 잘 구분해야 한다”는 등의 하소연 글이 하루에도 수차례 올라온다.

이 같은 문제는 많은 학교가 인력을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교사로 충당하고 있어 계속 되풀이된다.

4일 교육부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학교는 교사 5만4611명 가운데 1만5663명(28.6%), 고등학교는 교사 7만8088명 가운데 1만9989명(25.5%)이 기간제였다.

인천의 경우 중학교 134곳에서 일하는 교사 2970명 가운데 기간제 교사가 747명(25.1%)에 달한다. 고등학교도 전체 142곳에서 일하는 교원 4697명 가운데 943명(20.07%)이 기간제 교사다. 특히 사립고(33곳)는 공립고(91곳)의 3분의 1에 불과한데도 기간제 교사가 347명이나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되도록 계약 연장을 원하는 기존 기간제 교사들은 방학 기간을 빼는 ‘쪼개기 계약’이나 업무 과중 등 고용 차별에 시달리고, 지원자들은 높은 진입 장벽에 막히는 이중고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일부 시·도 교육청은 교육청 인력풀에 등록된 사람이라면 별도의 채용 절차 없이 계약 연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정원이 과원되면 안 되는 만큼 기간제를 축소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학교별로 기간제 채용 비율을 확인해 해당 자리를 계속 기간제로 운영해야 하는지를 검토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