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중앙신문 | 승무원 영감은 흠잡을 데 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항상 고객만족, 고객감동에 최선을 다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나이가 많아 눈이 좀 침침하다는 거.
하루는 서울역에서 탄 젊은 사업가가 신신당부를 했다.
“아저씨, 저 대구에서 꼭 깨워주세요. 부산까지 가면 큰일나요. 그런데 저는 잤다 하면 호랑이가 물어가도 모르니까 발로 차서라도 대구에서 깨워주세요.”
“염려 마슈, 젊은이!”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부산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사업가는 그 승무원을 찾아가 멱살을 잡고 난리를 쳤다. 다른 승무원들이 놀라서 다가오자 영감이 말했다.
“허허 그래도 이 인간은 아무것도 아녀. 아까 대구에서 내린 놈에 비하면…….”
안 내리겠다는 사람 기어이 내려주다가 맞고, 부산에서 또 맞고, 일진이 나쁜 영감님이다. 그래도 웃는 저 모습을 보라. 그렇다. 아무리 나빠도 더 나쁜 것에 비하면 좋은 법이다.
속상한 일을 당할 때는 더 나쁜 상황을 생각해 보라. 더 나쁜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한여름 더워서 괴로운가? 그러면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 한 잔 하며 더 더운 곳을 떠올려보라.
“우리 삼촌은 예전에 사우디에 일하러 가셨는데, 대낮에 차 보닛 위에 계란을 깨면 바로 프라이가 된다는 거야.”
아무리 더워도 더 더운 곳에 비하면 천국이다. 아무리 추워도 더 추운 곳에 비하면 천국이다. 날씨가 좀 추운데 보일러가 안 들어오는가? 그런 일로 화내는 것보다 옛날 이야기 하면 어떨까?
“6·25땐 한겨울에 산에서 자는 게 다반사였다는군. 그에 비하면 요즘은 참 감사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