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야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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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줄박이야 어쩌지
  • 중앙신문
  • 승인 2018.08.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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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순 (수필가,칼럼위원)

간밤에 곤줄박이는 어디서 자고 왔을까.

집 뒤 대나무 숲에서는 밤이면 여러 종의 작은 새들이 잠을 자려고 찾아들어 늘 수런거린다. 낮에도 새들을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조롱이나 말똥가리 같은 맹금류를 피해서 새들이 대나무 사이로 숨어들곤 한다.

어젯밤 곤줄박이도 그 대나무 사이에서 자고 왔을 것이다. 곤줄박이는 앙증맞은 작은 몸매에 등을 덮고 있는 시원한 푸른색과 온몸이 미색, 밤색, 회색, 검정색의 다양한 색깔의 깃털로 싸여 있다. 조화를 잘 이룬 배색이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하는 흔한 텃새인 곤줄박이는 밖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우리 곁으로 자주 놀러온다. 몇 미터 밖에서 맴돌며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새다. 우리는 아직 손으로 주는 먹이를 곤줄박이가 받아먹는 경지에까지 가지는 못했는데,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는 사람 손에 앉아 모이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요즘 곤줄박이가 하루 종일 차의 백미러를 맴돌며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 집 차 백미러는 곤줄박이의 배설물로 늘 지저분하다. 닦아도 소용없이 곧 더럽다. 어쩌다 외톨이가 되었는지 짝을 찾아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며 놀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나라 전역의 숲 속 활엽수림이나 잡목림에서 살면서 4월부터 7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새끼를 기르는 새라 초겨울에 접어든 지금은 식구들과 헤어져 쓸쓸히 지내다 거울 속에서 짝을 발견했나 보다.

이웃마을 친구 분이 트럭을 타고 와서 일을 보는 동안 곤줄박이의 상대는 트럭의 백미러로 바뀐다. 그것이 우리 승용차 것보다 커서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 제 모습이 더 잘 보이고 함께 놀 수 있는 공간도 넓어서 트럭의 백미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빨리 겨울을 날 보금자리를 찾아가야 할 텐데, 마음 같아서는 짝을 구해다가 겨울 동안 따뜻한 집안에서 먹이며 데리고 살고 싶지만 어디 가능한 일인가. 겨울이 되어 먹이인 곤충이나 거미는 없겠지만, 산 중턱에 살고 있으니 식물의 종자나 나무열매는 구하기가 쉬어 배불리는 먹고 있을까.

배우자를 잃고 혼자 사는 노인들이 호소하는 것도 외로움이다. 얼마 전 TV에서 구십이 넘은 노인도 옆에서 오순도순 얘기하면서 함께 사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홀로 사는 노인이 백만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녀가 여럿이어도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부모를 찾아오지 않는다는 노인들의 호소다. 어느 의사는 외로움도 병의 일종이라고 했다.

사람만 외로움을 알고 괴로워하는 줄 생각했는데 작은 새의 행동을 보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감정은 똑같다는 것을 느낀다. 곤줄박이가 매일 찾아와서 거울과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곤줄박이를 보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외로움’이 견디기 힘든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렇게 둘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이 새삼 고맙다. 그래도 이 곤줄박이는 놀아 줄 거울이라도 있으니 다행일 것 같다.

더 추워지기 전에 빨리 보금자리를 찾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내년에는 짝과 새끼들과 함께 우리 곁으로 왔으면 좋겠다.

곤줄박이야,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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