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배의 소통유머]두려움은 웃음으로 걷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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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의 소통유머]두려움은 웃음으로 걷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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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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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거사 전날, 윤봉길 의사가 조직의 지도자며 정신적 스승인 백범 김구 선생과 생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다. 백범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지막 밤이군. 할 말 있으며 해보게.”

“한 가지 소원이…….”

“무엇이라도 들어주겠네.”

“제 시계는 새 것이고 선생님 것은 낡은 것이니 바꾸세요.”

백범이 누군가? 일본인을 한 주먹에 때려눕히고, 임시정부를 세우고 일본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사람이다. 하지만 거사를 앞둔 그의 심정은 착잡했다. 비록 나라의 원수를 제거하는 숭고한 일이지만 젊은 윤봉길이 목숨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괴롭다. 본인은 얼마나 두려울 것인가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윤봉길의 한마디로 두 사람은 무거운 마음의 짐을 벗어버린다.

신학자 폴 틸리히에 의하면 인간에겐 세 가지 근원적 공포가 있다. 죽음, 무의미, 죄의식. 이것들이 인간에게 주는 압박은 너무나 강렬해서 극복해내기 고약하다.

‘죽으면 어떡하지.’

‘인생이 너무 허무해.’

‘다 내 죄야.’

나 같은 강사에겐 시간 공포가 있다. 현재 오후 1시 정각, 출발 좌표는 송파구 한국유머센터 오후 3시에 강원도 횡성군에서 강의가 있다. 출발하면서부터 불안이 엄습한다.

‘막히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3시까진 도착해야지, 도착해야 하고 말고! 고속도로가 막히면 국도로 갈까? 아냐, 막혀도 고속도로가 낫지 암.’

차는 드디어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호법 분기점. 아, 하늘도 무심하셔라! 차가 막힌다. 하늘이 노래지고 내 얼굴색도 노래진다. 이때 유머 강사답게 엉뚱한 유머 상상 발동! 유머가 떠오르는 순간 불안감은 사라지고 입가에는 웃음이 번진다. 웃자 신기하게 길이 뚫린다. 하지만 끝은 아니다. 무대 공포가 남았다. 아무리 무대 경험이 많아도 매번 새로운 청중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열고 함께 소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유머 강사로서 청중의 마음을 얻는 것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초보 강사 때 일이다. 무대에 서서 청중을 바라보는 순간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때 앞에 앉아 있는 여성이 웃는 게 보였다.

“남대문이 열렸나, 왜 웃으슈?”

그리고 무심코 바지를 내려다보니 아뿔싸 진짜 열려 있었다. 그때의 당혹감이라니. 뒤돌아서서 대충 수습하곤 한마디 했다.

“창문도 가끔 열어야 환기가 되잖아요~”

공포는 어떤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나 관계를 맺기 싫어하는 감정이다. 공포에 빠진 사람은 우울하고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정상적 관계와 소통을 이루기 어렵다. 자신을 위축시키고 상대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유머는 공포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관계를 만들고 소통을 원활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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