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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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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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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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나는 잘 길들여진 고양이도 싫어한다. 팔에 안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자들을 보면 눈을 돌려 버린다. 그러니 도둑고양이는 말 할 것도 없이 싫다.

고양이는 생김새부터 마음에 안 든다. 노려보는 표독스런 눈매,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소리 안 나게 기어 다니는 발걸음, 지저분한 털 색깔,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목소리도 비유 할 수없는 째지는 소리다. 개에 비하면 고양이에게 정이 안 가는 이유가 밝혀진다. 개는 주인을 보면 꼬리를 흔들며 아는 체를 하고 살갑게 굴고 방범용이나 여러 가지로 활용가치라도 있어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지만 고양이는 매몰차고 곁을 주지 않으니 정이 갈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고양이와 동거를 한다. 어느 때는 십여 마리가 된 적도 있고 적어도 세 네 마리는 함께 살고 있다. 도둑고양이다.

몇 해 전, 담장 안쪽 구석에 닭장을 짓고 토종닭 암수 몇 마리를 키우며 유정란을 먹을 수 있다는 욕심도 채우고 새벽닭 우는 소리도 경쾌하여 좋고, 경비병 겸 닭의 보호자로 진돗개를 한 마리 키우니 우리 집 뒤 곁은 조화를 이루어 남 보기에도 좋았다. 사료는 대개 사다가 먹이는데 닭이나 개나 경제적으로는 사료 값도 못한다.

어느 날 밤중, 개가 몹시 짖는다. 나가보니 아무 일도 없다. 자주 이런 일이 벌어졌다. 도둑고양이가 저희들 사료를 훔쳐 먹으니까 개가 짖으며 경고를 한 것인데 사정을 알아차린 것은 한 참 후의 일이다. 아내는 사료를 커다란 프라스틱 통에다 집어넣고 뚜껑을 덮어 벼려 고양이의 도둑질을 막았다. 그 후 도둑고양이 숫자는 줄어들었고 부엌 앞 쓰레기통이 매일 뒤집혔다.

굶주린 도둑고양이가 동네를 휘젓고 다니니 쥐가 없어져 좋았다. 지금도 집 안팎에서 쥐를 볼 수 없으니 그건 도둑고양이의 공로, 고양이를 칭찬하고 박수를 칠 일이다. 고양이는 몸무게에 비해 몸의 면적이 넓어 높은데서 떨어질 때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단다. 아파트 30층 높이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니 괴이쩍다.

어느 공직자가 부정에 관련되어 퇴직을 하고 잠시 후 공기업에 임원으로 취임하였다. 몇 년을 잘 지내더니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거뜬히 당선되었고 여의도를 활보한다. 도둑고양이만큼이나 질긴 생명력이다. 지금 나라를 망치고 발전을 막는 집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과 그들을 쫒아 다니는 정치인들을 꼽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국회에 인사 청문회가 생겼다. 나라에서 손꼽히는 석학이나 고명한 인사를 빼고는 청문회장 의자에 앉으면 논문표절, 연구비횡령, 개인재산 증식, 주소지 이동 등등 신상이 까발려지고 망신을 당해야 한다. 청문회에 가 보지도 못하고 사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청문회의자에 앉으면 살살 건드리고 묻는 말에 고분고분하면 일사천리로 통과한다. 도둑고양이보다 진한 동류의식이 발현되는 형국이다.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게 양심과 법이다.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이 법을 만들고 지키지 않는다. 그러니 국민들은 속수무책이다. 내 생각 같아서는 도둑고양이 짓을 하면 10%쯤 정원을 줄였으면 좋겠다. 몇 번만 10%씩 줄이면 몇 해 안가 국회의원 숫자는 열 댓 명으로 확 줄어들 텐데, 그만큼 줄면 정신 차리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텐데. 권모술수, 억지, 지도자답지 못한 정상배, 입에 담지 못할 천박한 언어로 국가원수를 희롱하고 초등학생 심술부리듯 나쁜 짓을 하다가 판사직에서 쫓겨 난 법관, 정치, 경제, 사회, 법에 도둑고양이가 셀 수 없이 많다. 고양이는 원래 나무에서 살던 동물이라고 한다.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용케도 살아남는다.

아직 잡히지 않아 어찌될지 모르지만 세월호 같은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져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 책임 있는 그 사람은 도망 다니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수 백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제 목숨 수 백 개를 내 놓아도 시원찮을 판에 숨어 도망을 다니다니. 도둑고양이는 눈을 감고도 보고 귀를 닫고도 듣는다. 생존하는 방식을 터득하여서인가. 그 큰 도둑고양이는 잡히더라도 잠시 고통을 당하면 다시 개명천지를 활보할 것이다.

아무리 제가 잘해서 번 돈이라지만 오늘도 근로자들은 땀 흘리며 일하는데 세계 명승지에다 별장을 지어놓고 호의호식하는 경제인, 그건 서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도둑고양이를 없애고 좀 벌레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더불어 로봇선진국이라고 한다. 맹수보다도 빨리 달리고 노인들 말벗도 한다는데 국회의원들, 노조집행부, 교육을 망치는 비뚤어진 교사들, 몰지각한 재벌, 이런 도둑고양이, 좀 벌레 대신 로벗을 배치하면 부정부패,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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