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배의 소통유머]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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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의 소통유머]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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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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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IBM의 창설자인 톰 왓슨이 회장으로 있을 때다. 한 간부가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을 벌였다가 1천만 달러가 넘는 손실을 냈다. 왓슨에게 불려 들어온 간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물론 저의 사표를 원하시겠죠?”

그러자 왓슨이 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농담하는 건가? IBM은 자네의 교육비로 무려 1천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말일세.”

왓슨 회장은 부하 직원을 수단이 아닌 기업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기에 1천만 달러의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도 결코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1천만 달러를 투자해 회사에 헌신할 인재를 키운 것이다. 직장인 10명 중 3명만이 회사로부터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직원을 기업이 얼마나 소홀히 여기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얼마 전 대형 할인마트에 갔다. 그곳에는 내 단골 수선집이 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위해 청바지를 샀는데, 굵은 허리에 맞추다 보니 길이가 매우 길었다. 대충 접어서 될 문제가 아니어서 수선을 맡겼다.

“아유 수선집이 너무 수선스럽네. 10분이면 되죠?”

“무슨 연탄 공장인 줄 아세요?”

“여기 연탄 공장 아니었어요?”

10여 분 후에 가니 벌써 수선이 되어 있었다.

“연탄 공장 맞군요.”

내가 옷을 찾으며 말하자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까르르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유머가 있으니 웃음이 생겼고, 웃는 만큼 우리는 행복해졌다.

임마누엘 칸트는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말했다. 인간을 인간 이외의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 인간 자체를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단지 돈과 용역이 거래되는 물질적 관계로 수선집의 아주머니들을 대했다면 우리는 긍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을 것이다. ‘나-그것’의 관계가 ‘나-너’의 관계로 승화되면 ‘머리-머리’ 대화가 ‘마음-마음’의 대화로 발전하며 그 순간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요즘에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이해타산을 따지는 일이 많다. 특히 부부관계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혼 여성들을 대상으로 ‘남편이 필요할 때’가 언제인지를 물었다.

1. 밤 늦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야 할 때

2. 형광등이나 전구가 나갔을 때

3. 한밤중 손이 닿지 않는 곳이 가려울 때

4.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을 때

5. 음식이 남아서 처치 곤란일 때

6. 귤을 깠는데 먹어보니 너무 실 때

7. 침대에 누웠는데 일어나서 불을 꺼야 할 때

8. 야한 비디오를 빌릴 때

9. 대형 할인점에 갈 때

10. 병마개가 빡빡해 안 열릴 때

우스갯소리로 늘 남의 편만 들어서 남편이라 부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아내가 자신의 입장에서만 남편을 바라본다면 남편 역시 그와 같은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떠올리기 이전에 그가 생각하는 것,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진심으로, 온몸으로 들어주는 배려가 건강한 소통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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