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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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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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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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긴급한 상황에서도 여유 있는 웃음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로는 단연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꼽는다. 1981년 한 호텔 앞에서 존 힝클리라는 청년으로부터 저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을 때 미국은 상심과 불안에 휩싸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레이건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으며, 오히려 특유의 유머로 의료진과 측근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레이건이 병원의 수술대에 누워 있을 때 주변에 젊은 간호사들이 여럿 모였다. 레이건이 그들을 향해 윙크를 날리며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낸시(영부인)는 내가 이러는 걸 알고 있을까?”

마침내 수술이 무사히 끝났고 레이건은 다시 의식을 회복했다. 측근들이 근심스런 표정으로 다가오자 레이건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런 첫마디를 내뱉었다.

“할리우드에서 이렇게 저격당할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면 절대 영화배우를 그만두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일흔이 넘은 고령에다 저격까지 당한 설상가상의 상황. 그때 그가 선택한 건 좌절이나 비관이 아닌 유머였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 레이건의 병상 유머들은 불안에 빠졌던 국민들을 안심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도 ‘미국은 끄떡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위기의 상황을 맞더라도 배짱과 자신감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유머가 나온다. 배짱의 반대 개념은 소심, 비겁, 자기 연민, 걱정 근심, 불안, 우울 등이다. 지도자가 자기 연민에 빠져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 조직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불행이 왔을 때 무지한 사람은 남을 탓한다. 교육받은 사람은 자신을 탓한다.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한 말이다. 에픽테토스의 이론을 레이건 저격사건에 대입해 보자.

레이건이 무지한 사람이었다면 남 탓을 했을 것이다.

“천하의 나쁜놈! 어디 대통령한테 총질이야! 그런 인간으로 키운 부모도 똑같아. 그리고 경호실장 당장 사임시켜!”

레이건이 단순한 책상물림이었다면 자신을 탓했을 것이다.

“흑흑,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이런 일까지 당하다니…… 정말 대통령 노릇하기 힘드네…….”

그러나 그는 완벽 리더였다. 배짱이 넘치는 낙천적인 사람이었다. 몇 마디의 유머와 웃음만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도자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왜곡이란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작은 실패에도 마치 인생의 사형선고나 받은 것처럼 절망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발전은 없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라. 그리고 명쾌하게 생각하라. 누구에게든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 작은 불행에 좌절하지 말고 그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는 배짱이야말로 당신의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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