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세계를 놀라게 한, 주먹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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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세계를 놀라게 한, 주먹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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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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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날씨가 서서히 무더워 지면서 박물관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 박물관에서 선사시대를 접하다보면 쉽게 만나는 유물이 주먹도끼이다. 오늘은 주먹도끼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주먹도끼는 모양이 우리의 주먹처럼 생겼다, 또는 주먹에 쥐고 사용하는 유물이라는 의미에서 주먹도끼라 부른다. 생김새가 주먹도끼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한쪽은 송곳처럼 가늘고, 다른 면은 뭉뚱한 편이다. 어떤 주먹도끼는 뭉뚱한 면이 일부러 갈아낸 것인지, 아니면 손을 많이 타서 매끄러워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반들반들 윤기가 흐른다. 주먹도끼는 전체적으로는 약간 타원형의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좌우대칭의 형태를 띤다.

주먹도끼는 거의 100만년 동안 사용되어진 구석기시대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맥가이버 칼에 비유된다. 그만큼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사냥한 사냥감의 가죽을 벗겨 내거나, 가죽에 구멍을 뚫거나, 무엇인가를 자르거나 빻을 때도 사용되었을 것이다.

이 주먹도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뇌의 부위는 말을 할 때 사용하는 뇌의 부위와 유사하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주먹도끼를 만들어 사용하던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언어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주먹도끼를 만들면서 나눈 대화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어떤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해진다.

주먹도끼를 만든다는 것은 만들 대상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모양을 설계한 뒤, 적당한 재료를 선택하여 제작을 해야 하는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만들 대상을 미리 계획하고 어떤 모양을 만들지 설계해서 그에 맞춰 실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구석기인들의 지적수준이 계획과 실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먹도끼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78년이다. 우연히 데이트를 나온 미군병사 그렉보웬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는 군인으로 한국에 파병오기 전에는 고고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따라서 우연히 발견한 주먹도끼가 예사로운 물건이 아님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렇게 발견된 주먹도끼는 단숨에 세계의 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은 동아시아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주먹도끼였기 때문이다.

당시 학계는 모비우스 학자가 주장한 모비우스 학설이 지배하고 있던 시기로, 이 학설은 주먹도끼가 출토되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은 아슐리안 문화권으로 주먹도끼가 출토되지 않고 찍개만 출토되는 동아시아는 찍개문화권으로 구분한 학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주먹도끼가 출토됨으로써 이 학설은 모순임을 증명하게 된다. 사실상 모비우스 학설의 폐지인 셈이다.

주먹도끼와 같은 돌도끼를 조선시대에는 벼락도끼로 인식했다. 벼락이 떨어진 주변에서 돌도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벼락과 함께 조선 땅에 내려온 벼락도끼는 번개와 천둥번개를 다스리는 신의 도끼로 여겼다. 따라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아픈 곳을 낫게 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해 임금님께 진상되기도 했다. 벼락도끼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7번 정도 등장하는데 처음 등장하는 것은 세종23년이다. 평안도 의주에서 벼락을 맞아 벼락도끼를 얻었으며 임금님께 바쳤다는 내용으로 형태는 가운데 구멍이 두 개 있는 도끼와 같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학설을 뒤집기까지 한 주먹도끼는 전곡리선사박물관에 가면 만나 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삼아 주먹도끼를 만나 구석기시대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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