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는 의도를 칭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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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보다는 의도를 칭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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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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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한 성당의 미사에서 신부를 돕던 소년이 실수로 성찬용 포도주를 담은 그릇을 떨어뜨렸다. 신부는 즉시 소년의 뺨을 때리며 소리를 질렀다.

“이런 한심한 놈, 썩 물러가거라! 다시는 제단 앞에 설 생각도 하지 마라!”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소년은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기며험한 인생을 살다 훗날 범죄자가 되었다.

다른 성당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미사를 돕던 한 소년이 성찬용 포도주 그릇을 떨어뜨렸다. 신부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이쿠, 포도주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걸 보니 너는 앞으로 성실한 사람이 되겠구나.”

이 소년은 훗날 훌륭한 사람이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많은 사랑을 베풀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신부는 결과를 중시했고, 두 번째 이야기의 신부는 의도를 중시했다. 우리 사회도 아직 결과지상주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목표 달성하고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지, 과정과 수단이 뭐 그리 대수냐며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해 버리는 풍조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자살골을 넣은 콜롬비아 국가대표 선수가 귀국해서 자신의 동포에 의해 피살당했다. ‘너 때문에 우리나라가 졌으니 넌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 살해자의 논리였다.

예전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한 수능 부정행위 수사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교육부가 경찰로부터 부정행위자 명단을 넘겨받아 수험생 312명의 성적을 모두 무효처리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 만능주의에 찌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사회에서는 결과 지상주의가 팽배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취업포털 사이트가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9.2퍼센트가 부정행위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고, 71퍼센트는 부정행위에 대해 대학생활의 낭만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 지상주의는 교육·정치·선거·스포츠·경제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되어 있다. 결과 지상주의가 진정 무서운 이유는 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정당한 평가나 가치 부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캐롤 드웩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머리가 좋다’ ‘똑똑하다’ 등 결과 위주로 칭찬해 준 어린이들은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여 배우기보다 점수만 잘 따기 위해 쉬운 문제만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차분히 잘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한다’ 등 아이가 노력하는 과정을 칭찬해 주었더니 어려운 문제도 도전하여 배우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을 다하는 의식과 정직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체득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말에 칭찬을 첨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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