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배의 소통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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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의 소통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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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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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존슨이 정적인 포드에 대해 비아냥거렸다.

“포드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미식 축구하던 시절에 헬멧을 쓰지 않고 경기를 뛴 것 같습니다.”

“포드는 얼마나 아둔한지 걸으면서 동시에 껌을 씹지는 못합니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포드는 미국인들에게 약간 어리숙하고 우둔한 이미지를 남긴 인물이다. 그가 공화당의 하원 원내총무로 있을 때 대통령을 지냈던 민주당의 존슨은 포드를 비아냥대곤 했다. 그의 말에는 ‘당신은 멍청이라고! 학생 때 헬멧을 안 쓰고 미식 축구를 해서 뇌세포가 파괴됐지? 걷는 것과 껌 씹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못 해내는 사람이야!’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포드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대범하게 웃어넘길 뿐이었다.

미국의 코미디언 체비 체이스는 포드를 흉내 냄으로써 일약 스타가 된 사람이다. 그는 걸핏하면 부딪치는 미련한 포드를 흉내 내곤 했다. 하루는 한 방송 행사에 포드와 체이스가 나란히 참석했는데, 체이스는 악단이 대통령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연단에 머리를 부딪치고 바보 같은 발언을 하는 등 누가 보기에도 포드를 놀리는 행동을 일삼았다. 연주가 끝나고 연단에 선 포드는 연설문을 펼치다가 그만 원고를 바닥에 모두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조금 전에 체이스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바보스런 말투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 모습에 청중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체이스의 행동을 웃음으로 받아넘겼을 뿐만 아니라,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거꾸로 체이스 흉내를 냈던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웃음이란 대단히 유쾌한 것이다.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우월감이다. 우리는 우월감을 느낄 때 웃는다. 사람들을 잘 웃기는 개그맨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모자란 듯 보이는 행동으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끌어낸다. 시청자에게 우월감을 주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이다.

웃음을 만들고 싶은가? 당신의 약점을 찾아라. 유머리스트에겐 약점(弱點)이 곧 약점(藥點)이다. ( 사실은 당신의 실수담을 모아라.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우월감을 선물하라. 내가 멍청한 짓을 하거나 망신을 당하는 순간 상대방이 우월감을 느껴 웃음이 나온다. 나도 강의 중 종종 이 방법을 써먹는다.

“난 유머 강사 1호에다가 20여 권의 책을 쓴 유머 작가입니다. 아무나 손 들어보세요. 평범한 이름을 유머형 이름으로 바꾸어 드리지요. 이게 유머 감각 중 가장 어렵다는 순발력 유머랍니다.”

이러면 손을 드는 사람이 있다.

“제 이름은 정인석입니다.”

“오명섭 씨요? 3초면 됩니다. 정인석이라 정...정...”

사람들이 내게 시선을 집중한다. 얼마나 재미있는 이름을 만들어낼까? 이때 강사의 한마디가 나오고 폭소가 터진다.

“뭐, 이렇게 간혹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흔히 사람들은 잘난 사람을 따르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가 완벽하면 주눅이 드는 게 사람 마음이다. 고객 앞에서, 동료 앞에서 스스로를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보라. 당신은 언제나 그들이 우월감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나도 못난 사람이랍니다.’ 자신을 낮추는 순간 상대방은 우월감 내지는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이내 친밀감이 형성된다.

큰 비가 와서 마당에 물이 고이면 삽이나 호미로 한쪽을 낮추어 물길을 낸다. 말의 길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말을 유도하려면 나를 낮출 일이다. 이게 소통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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