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칫솔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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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칫솔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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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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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나는 칫솔이 무언지도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내며 치아관리가 부실하여 어금니가 온통 충치 투성이가 되었다.

초등학교 5-6 학년 때 여주읍내 시장터에 있는 무허가 치과를 찾아가 발재봉틀 같은 기계를 보며 공포감을 느끼는데 무면허 아저씨는 마취도 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후비고 갈고 솜방울을 쑤셔 박았다. 울지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데 옆에 있던 어른들이 조금만 참으면 끝난다고 격려를 하지만 매정한 가짜의사는 자기 할 일만 하고 있다. 혀에 닿는 솜의 소독약 냄새, 아직도 남아있는 치통, 몇 년을 그렇게 버티며 지내다가 분화구 같은 어금니에 삼뿌라찌(썬플레티늄-메탈)를 씌운 건 대학 2학년 때, ROTC 신체검사를 앞두고서다. 이빨에 음식물이 끼지 않으니 살 것 같고, 이제는 치과에 안가도 되려니 하던 기대는 잠시, 지금까지 치과 출입이 잦다.

50년째 내 입속에 쇠붙이를 끼고 사는데 큰 불편이야 없고 식사할 때 큰 도움을 받지만 활짝 웃을 때 아랫니 양쪽에 버티고 빛을 발휘하는 삼뿌라찌 이빨의 위용, 조금 창피하다. 앞 이만 멀쩡하고 어금니는 모두 가짜다. 치열이 가지런하며 백색으로 빛나는 분들의 치아를 보노라면 참으로 부럽다.

광야를 질주하는 맹수들의 날카롭고 강인해 보이는 이빨을 보며 나도 저런 이빨을 갖고 싶다고 되 뇌인 게 몇 번이나 되는지 모른다. 사람들의 오복 중에 건강이 세 번째로 꼽히던데 아마도 치아 좋은 걸 얘기하는 것 같다. 치아의 중요성은 밤낮없이 강조해도 모자랄 판이다.

치과치료가 감기약 짓듯 한 번 다녀오면 끝나는 게 아니고 예약을 하고 몇 번 가야하기 때문에 다른 일정 잡기도 까다롭고, 간다고 곧바로 치료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항상 기다려야 하니 즐거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치과 치료비는 엄청 고가여서 치아 건강한 것이 오복이라는 말이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골에는 무면허 불법 치아 치료인 들이 돌아 다녔는데 치과 기공사들 아닌가 짐작하였다. 우선 값이 싸고 여주까지 안 가고 자기 집에서 치료를 받고 불편하다고 연락하면 즉시 달려와 사후처리를 해주니 그럴듯하였다.

읍내 치과에서 백 몇 십 만원을 주고 틀니를 하신 우리 어머니, 어느 때 시골집에를 가니 틀니가 맞지 않아 식사하기 불편하다고 하시며 가짜 의사에게 싼 값에 틀니를 할까 망설이신다. 그 때, 치과의사는 의료 지식도 중요하지만 손재간이 좋아야 하겠다는 걸 느꼈다. 주치의 삼아 실력 있고 재간 있는 치과의사 한 명쯤 두는 게 좋지 않겠는가.

멀어질듯 하던 치과와의 인연이 또 시작되었다.

어금니가 아파서 읍내 치과에를 가니 아예 빼 버리고 임플란트를 하라고 권한다. 몇 해 전 임플란트를 하느라고 아내가 몇 백 만원을 갖다 주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걸려들었다. 싸게 해주겠다는 의사는 나이가 자식뻘이어서 만만하고 실력도 있어(아내가 군소리를 안 하니 믿는다) 앞뒤 잴 것도 없이 예약을 하고 두 대를 하기로 하였다. 오른쪽 위 어금니를 빼고 몇 달 동안 몇 차래 치과를 드나들며 치료를 끝냈다. 꼼꼼하게 잘 해주어 고마웠지만 이제 치과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굳게 다짐 하였다.

어느 날 늦은 밤 어느 방송을 보는데 치과의사가 전동칫솔에 대하여 좋은 점을 이야기 하며 사용을 권장하는 게 아닌가. 귀가 번쩍 띄어 다음 날 당장 전동칫솔 두 개를 사 왔다. 이제는 정말 관리를 잘 하여 치과에 가지 말자. 5만원씩 내고(지금은 보험이 적용되어 1만원이다. 보건소에 가면 공짜이고.) 스케일링을 안 해도 되겠지. 전동칫솔이 비싸다고 (보통 칫솔이 5만 원이고 비싼 것은 20만 원도 넘는다) 쳐다보지도 않았던 게 후회스럽다.

며칠 동안 신나게 양치질을 하는데 이가 깨지고 말았다. 양치질을 열심히 하여 치석을 갈아내고 잇몸 건강도 챙기자고 꾹꾹 눌러가며 정성을 다 했는데 혀에 잡히는 이빨조각... 혹시 비싸게 만든 임플란트가 망가진 것 아닌가 걱정을 하며 치과에를 가니 잇몸이 헐어 잇몸과 이빨 사이를 때운 것이 여섯 개 중 세 개나 떨어져 나갔다며 전동 칫솔을 쓰지 말란다. 어린아이나 장애 있는 분들이 쓰지 일반인은 일반 칫솔이 마땅하다면서 세 대 망가진 것을 때워준다. 치료비로 또 십 몇 만원을 털리니 아깝다. 치아관리를 잘하려고 한 일이 낭패로 끝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아내에게 전동칫솔 사용할 때 조심하라고 귀띔하며 어느 칫솔을 쓸까 망설인다.

TV에 나와 전동칫솔 이야기 한 그 치과의사는 칫솔회사 외판원인가, 광고사원인가. 전동칫솔을 두고 견해가 상반되니 누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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