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흉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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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흉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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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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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가끔 전철을 타면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실실 웃으며 빠른 손놀림으로 전화기조작 하는 걸 보게 된다. 무얼 하기에 저렇게 좋지, 몰래 훔쳐보면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앞에 애기를 안은 엄마가 서 있어도 못보고, 노인이 괴로워해도 모른 채 전화기만 두드린다. 손가락이 숙달되어 그 움직임이 감탄스러울 정도다. 전철에서뿐 아니라 길을 가면서도 킥킥거리며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딴 짓을 하는데, 앞에 있는 사람이나 장애물에 박치기 하지 않는 걸 보면 신기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폰, 물론 나도 가지고 있다. 오래전에는 삐삐전화를 갖고 있다가 시티폰을 쓰다가 구닥다리 핸드폰을 사용 중이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이제는 스마트폰이 대세이지만 조작방법도 복잡하고 오류가 생기고 글씨도 작아 불편하다는 친구의 불평에 스마트폰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문명의 이기인가, 독인가. 전철이든 버스든 친구들끼리 나란히 앉아 가면서도 대화를 할 생각은 안하고 각자 전화기에 매달려 있다.

전화기 한가지만으로도 세상은 살기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백색전화 청색전화로 나뉘던 시절, 그나마 전화는 꽤 괜찮은 집에나 있었는데 통화이외에는 할 일이 없던 전화기가 이제는 기능이 바뀌고 사람이 할 일을 대신 해주고 홍수처럼 밀려드는 정보를 저장하고 보여주고 까막눈이를 지식인으로 바꾸어 준다.

검정전선에 매달려 움쩍도 안하던 전화기는 명함갑 보다 작은 크기로 진화되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세계와 세상이 젊은이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으니 격세지감 이란 건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한때는 TV를 바보상자라고 홀대하며 방송 보는데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더니 이제는 스마트폰이 바보통이 되고 학생들은 바보학생이 될 판이다. 빠른 소통을 위해 젊은이들은 약어를 만들어 내고 은어를 만들어 어른들을 속인다. 어쩌다 젊은이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면 심한 욕설이요, 뜻 모를 단어들이다. 세상은 학생, 젊은이 중심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나보다. 심지어 언론에서도 인용하며 퍼뜨리는 판이니 말해 무엇 하랴.

학생이나 젊은이들은 너무 일찍 포기하거나 힘들어 하고 남의 탓을 잘 한다.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나 하며 사는지 잘 모르지만 나이 든 우리가 보기에 걱정이 된다. 힘들 때 극기(克己)하는 슬기, 슬플 때 뒤집는 용기, 위태로울 때 힘을 모으는 자구력(自救力)을 기대하는데 힘에 부치는 그들을 보면 안타깝다. 공부가 하기 싫고 재미없기는 예나 이제나 똑 같고 취업이 안 되어 방황하던 것도 시대의 차이가 없었다. ‘젊음’의 가치는 어느 시대, 어느 곳 가리지지 않고 하늘만큼 높은데 자신의 가치를 모르는 젊은이들 때문에 지켜보는 이들만 애가 탄다.

활화산 같은 힘과 정열을 스마트폰에 쏟아 부을 때 옆으로 새는 에너지가 아깝고, 무한대로 넓은 세상을 외면한 채 딴 짓을 할 때 혹시 다른 나라 젊은이들이 우리를 앞지르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전철에서 책을 펴들고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하지만 대학생이든 고교생이든 책 보는걸 보지 못한다. 열심히 게임을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걸 보면서 밤새워 공부하다가 머리를 식히는 거겠지 이해를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아깝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는 그들이 딱하다.

어느 집 며느리들은 시골에 오면 마늘, 콩, 고추, 푸성귀, 김치를 바리바리 싸 간다는데 어떤 집 며느리들은 줘도 안 가져간다고 흉을 본다. 가게에서 사먹으면 중국에서 들여 온 물감 투성이 공해식품인데 우선 맛있고 보기 좋으니 시골 시댁 먹을거리가 눈에 차지 않을 법하다. 피자, 햄버거, 과자, 아이들 입맛에 맞는 먹을거리가 지천이니 김치는 먹을 생각도 안하고, 고추장 된장은 이름조차 모른다.

가을걷이가 한창인데, 사랑채 마루에 앉아 녹두, 동부 콩, 강낭콩 찌꺼기를 골라내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다가 또 젊은이 흉을 본다. 규모가 크던 작던 농사일이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런데 가을철에는 모든 농사 수확이 몰려 무척 바쁘고 힘도 든다. 내가 먹고 자식들도 먹일 거라는 뿌듯함 속에 기계처럼 쉬지 않고 힘들이는데 우리네 딸, 며느리, 아들이 본 척도 안하고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귀찮다는 듯이 굴면 어버이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이나 해 보는가.

젊은이들이여! 학교 끝내고 군대 다녀오고 취업준비하려니 젊음은 벌써 지나갔더라. 마음과 몸이 아프고, 슬플 때, 힘들더라도 항상 웃을 준비를 하자.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지성인이 되자. 이것이 젊은이의 나아 갈 바다. 현실이 콱 막혔다고 자포자기하며 쾌락에 너무 집착하여 앞길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바라는 마음으로 흉 좀 보았다.

남에게 훈계를 할 게 아니라 내 자식, 나 자신부터 돌아 봐야겠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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