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중앙신문 |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임상옥은 탁월한 유머감각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유머형 인간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당시 한성 치안을 맡은 실력자의 의중을 잘 파악하여 성공의 발판을 얻는다.
“여보게 젊은이들, 내가 숭례문 관리를 맡고 있는데 하루에 도대체 몇 사람이나 지나가는지 알 길이 없군.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내게 말해 주게.”
아무도 대답을 못하는데 임상옥이 분연히 말했다.
“두 사람이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루에 수백, 수천 명이 지나다니는 걸 뻔히 아는데 고작 두 사람이라니.
“어째서 그러한고?”
“대감, 그 둘은 이씨와 손씨입니다. 이씨란 대감께 이익이 되는 사람이요, 손씨란 손해가 되는 사람이옵니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사람이 지나다닌다 하더라도 결국은 두 사람이 아니겠사옵니까?”
이 사건을 통하여 임상옥은 정부 관리의 신임을 얻는다. 그리고 청나라와의 인삼 무역 독점권을 얻어 마침내는 조선 최고 갑부가 된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그를 성공의 길로 이끈 것이다.
눈치 있는 사람은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 옛말은 지금도 통한다. 물건을 팔아 부자가 됐다는 건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내 물건을 사게 했다는 말이다. 성공한 정치인들은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 나를 선택하게끔 만든 거다.
상인의 마음은 이문을 많이 남기는 데 있고, 소비자의 마음은 싸고 품질 좋은 상품 고르는 데 있다. 사장의 마음은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직원을 키우는 데 있고, 직원의 마음은 급여가 높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회사에 가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상대에게 어떤 이익을 줄까를 생각하라. 누구나 이익을 원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일곱 가지 기본적인 욕망이 있다.
1. 식욕 : 가장 본질적이고 강력한 욕망이다.
2. 성욕 : 식욕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다. 밥을 먹으며 섹스를 생각하는 사람은 꽤 있지만, 섹스를 하면서 밥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3. 재물욕 : 돈은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다.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헤아리는 것보다 무엇을 할 수 없는지 헤아리는 것이 훨씬 쉽다.
4. 권력욕 :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성계와 이방원의 갈등, 이방원과 세종의 갈등을 보라.
5. 명예욕 : 천만금을 들여서라도 기어이 양반이 되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 가족이 흩어지는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명문대 입학을 위해 조기 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을 보라.
6. 안전욕 : 따뜻하고 배가 부른 편안한 인생을 누리고 싶다.
7. 보람욕 : 스스로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데도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 욕구를 이해하고, 상대방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그의 마음을 얻거나 움직일 수 있다.
“아니 상대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안단 말이오?”라고 묻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상대의 눈빛, 제스처,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정보 입수도 중요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 것이다.
“현재 당신의 최고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1분 1초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고객의 요구는 점차 까다로워지고, 다양해져 이를 제대로 반영해 내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시각에서 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 또한 소통의 시작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