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로 마음을 훔쳐라
상태바
유머로 마음을 훔쳐라
  •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8.05.27 17: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가 한 승객에게 음료수를 권했다. 승객은 “이거 혹시 독주 아니죠?”라며 농담을 걸어왔다. 그러자 스튜어디스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네 손님, 사랑의 독주입니다. 한 잔 하시면 마음이 사랑으로 충만해지실 거예요.”

스튜어디스의 재치에 승객은 박수를 쳤다.

미국 심리학회 회장을 지낸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눠 사다리 형태로 보여줬다. 1단계의 욕구가 충족돼야 2단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르면 욕구의 밑바닥인 1단계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 욕구다. 의식주 등이 이에 속한다. 2단계는 안정된 생활환경을 원하는 안전 욕구이고, 3단계는 좋은 집단에 소속돼 인정받는 사회적 욕구다. 그리고 4단계는 주위로부터 존재와 실력을 인정받는 성취 욕구이고, 마지막단계인 5단계는 자아실현 욕구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 가운데 1단계와 2단계 욕구는 물질적인 부(富)라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 1~2단계의 욕구는 이룰 수 있다. 3단계 이후는 물질적인 부와는 다른 정신적인 부에 속한다. 예를 들면 예술·문화·종교 등을 통해 경험하는 부다. 인간의 욕구는 비록 물질적인 결핍에서 출발하지만 정신적인 부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오랜 비행에 지친 승객과 스튜어디스는 서로의 유머를 통해 상위 단계의 욕구를 해결한 셈이다.

그런데 유머 감각이 부족한 스튜어디스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결코 독주가 아닙니다! 여기 쓰여 있는 내용을 보시면 오렌지, 당분, 비타민 등 다양한 성분이 있지만 독은 없습니다.”

승객은 아마 김이 빠졌을 것이다.

과거에는 성과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기능적인 사회였다면, 이제는 구성원이나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조직을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감성의 시대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유머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 만족에 왜 유머가 필요할까? 고객은 일단 판매자나 기업의 이야기를 백퍼센트 믿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이 속임수를 쓰지 않나 신경을 바짝 세우고 관찰한다. 유머는 이렇게 닫혀 있는 고객의 마음을 여는 데 아주 쓸모가 있다.

마음이 불편하면 소비 욕구가 떨어진다. 내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저하되므로 당연히 소비 욕구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 마트의 지배인이 새로 채용한 점원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살피러 왔다.

“오늘 손님을 몇 사람이나 상대했나?”

“한 사람입니다.”

“한 사람밖에 안 왔다고? 그럼 오늘 판매액은?”

“1억 5천 8백 3십 3만 4천 원입니다.”

지배인이 놀라며 어떻게 한 사람에게 그렇게 많이 팔았느냐고 묻자 종업원이 대답했다.

“제일 먼저 낚싯바늘을 팔았죠. 다음에는 낚싯대와 릴을 팔았습니다. 이어 제가 손님에게 어디서 낚시를 하실 거냐고 물었더니 저 아래 바닷가에서 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럼 보트가 필요할 거라고 했더니 그 손님은 소형 보트를 샀습니다. 그러고 나자 손님은 자기 소형차가 보트를 끌고 가지 못할 것 같다고 걱정하기에 저는 그 손님을 우리 자동차 판매부로 데리고 가서 레저용 차 한 대를 팔았습니다.”

직원의 이야기에 놀란 지배인이 물었다.

“낚싯바늘을 사러 온 손님한테 그 비싼 물건들을 다 팔았단 말인가?”

“아닙니다, 지배인님. 실은 그 손님은 자기 부인이 골치가 아프다고 해서 아스피린 한 통을 사러 왔었죠. 그런 걸 제가 ‘선생님 이번 주말은 망쳤군요. 차라리 낚시나 가시죠’ 하고 권했지요.”

바야흐로 기업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유머는 이제 필수다. 일방적인 마케팅이 아닌 쌍방향 소통의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1호선 의왕~당정역 선로에 80대 남성 무단진입…숨져
  • [오늘의 날씨] 경기·인천(25일, 월)...흐리다가 오후부터 '비'
  • [오늘의 날씨] 경기·인천(22일, 금)...오후부터 곳곳에 '비' 소식, 강풍 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