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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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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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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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처칠의 비서가 신문을 들고 씩씩거리며 집무실에 들어왔다. 처칠이 그에게 물었다.

“자네 왜 그리 흥분하는가?”

“수상님, 이 신문을 보십시오. 감히 수상님을 불독으로 그려놓았습니다!”

만화를 본 처칠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어때서 그러나? 나를 제대로 묘사했는데 뭘. 벽에 붙이게.”

처칠의 일화에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어느 나라나 언론과 정치인은 견원지간이다.

2. 부하들은 본인보다 더 흥분한다.

3. 만화는 최고의 풍자 도구다.

4. 위대한 정치인들은 용서하는 능력을 지녔다.

용서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처칠이 화를 냈으면 십중팔구 신문사와 관계가 원만치 않았을 것이다. 용서는 또한 마음을 편하게 한다. 화나지도 않았고 싸우지도 않았으니 얼마나 편히 잘 것인가? 처칠이 화를 냈다면 아마 스스로도 괴로웠을 것이다. 만화가를 미워하고 신문사를 미워하고, 그러고는 너그럽게 용서하지 못하는 옹졸한 자기 자신을 미워했을 것이다. 그 마음과 영혼이 얼마나 힘들었을 것인가?

용서를 하지 않으면 그는 항상 나와 함께 존재하며 나를 괴롭게 만든다. 내 머릿속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간과 24시간 동거하는 셈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남자를 극단적으로 싫어한다고 하자. 반곱슬 머리, 실없는 웃음, 게을러서 책상에는 책이 잔뜩 쌓여 있고, 차 뒷자리에는 옷가지가 널부러져 있으며, 목소리는 너무 커서 같이 있기 창피하고, 밥 먹을 때 음식 씹는 소리가 엄청 큰 남자라고 하자(써놓고 보니 나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런 남자와 항상 함께해야만 한다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계속 미워하면 당신은 항상 머릿속에 그를 넣어두는 셈이다. 그러니 선포하라.

“이제 당신을 석방하노라.”

잠재의식 차원에서도 용서는 우리에게 유리하다. 당신이 누군가를 용서하면 잠재의식이 판단한다.

“아, 용서하는 걸 보니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았구나.”

스트레스가 없으므로 우리 세포 속 잠재의식은 그를 쉽게 제거한다. 반대로 용서하지 않으면 잠재의식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아, 용서하지 못하는 걸 보니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앞으로도 계속 그 사람에게 안테나를 고정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수시로 각인시키자.”

용서하지 못하면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그 결과 당신은 몸 속에 온갖 병을 불러들인다. 전문용어로 이 증상을 ‘심인성 질환’이라고 한다.

두 번째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이 세상에 선(善)만 존재한다면 선을 느낄 수 없다. 세상이 온통 다이아몬드로 가득 차 있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악(惡)이 존재하기에 선이 아름다운 것이다. 고로 악도 일정 부분 우리 삶에 필요한 요소다. 당신이 연출가라면 착한 사람만 나오는 드라마를 만들겠는가? 아마 조만간 시청률이 떨어져 광고도 끊어지고 금방 막을 내릴 것이다. 놀부가 있어 흥부가 빛나고, 뺑덕어멈의 존재로 인해 심청이 사는 법이다. 그러니 악인을 마음에 담지 말라. 그는 불쌍한 사람이다. 카드로 치면 그는 당신보다 시원찮은 패를 든 것이요, 드라마로 치면 주연인 당신과 달리 조연을 맡은 셈이다. 그러니 악한 인간 미운 인간을 보며 연민의 감정을 품자.

“당신도 나름대로 사회에 공헌하는구려. 그런데 그런 나쁜 역을 맡아서 안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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