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전(前) 상서(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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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전(前) 상서(上書)
  • 조석중 경영학 박사  csj0881@naver.com
  • 승인 2023.05.3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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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중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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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신문=조석중 경영학 박사 | 어머니! 어쩌면 이 편지가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 같은 어머니께 드리는 마지막 글이 될 듯합니다. 돌이켜 보건데, 어머니께 수많은 아쉬움과 죄송함을 넘어 슬프기도 합니다. 저는 세월이 어머니와 자식 간의 인연(因緣)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았습니다. 지금 닥친 상황에서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단지 어머니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자식으로 남았습니다. 지난 세월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이 새삼 되살아나는 건, 앞으로 어머니와의 이별을 예고하는 걸까요. 제가 어릴 적 어머니와 밭일, 농사일을 같이 하면서 힘겨워 했던 시간. 어머니께 매 맞고 집에서 쫓겨났던 추억. 제가 타지에 나가 있을 때, 어머니를 뵈러 집에 오면 어머니는 시골 장에 다녀오시곤 하였지요. 아들이 좋아하는 낙지, 홍어 무침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안주와 함께 막걸리 한 잔 씩 주고받았던 생각이 납니다.

어머니는 십여 년 넘게 아버지 병간호로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자식들은 제대로 된 어머니의 수고로움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저 어머니께 자식들의 어려움만 토로할 뿐 정작 어머니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산 것입니다. 형편이 어렵다는 자식들에게 당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 주셨던 사실은 송구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이같이 세상 모든 부모님도 자식들에게 행()하는 사랑은 똑같을 겁니다. 부모라면 그렇게 자식들에게 모든 걸 내어 줄 수 있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수고로움에 대한 마음을 일찍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지금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모든 게 익숙해지고 있을 땐, 그 존재의 소중함을 모른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소홀했던 나의 인연들이 내 곁에서 멀어지기 시작할 때가옵니다. 당장, 어머니와의 이별이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지금 어머니를 생각해 보니,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 했는가? 스스로 질문을 한답니다.

어머니께서는 며느리 자식들에게도 싫은 소리 한 마디 안하시고 사셨지요. 평소에 말씀이 없으셨던 어머니는 정작, 당신의 울분은 가슴에 묻어두고 말입니다. 자식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기꺼이 당신의 주장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서야 꺼져가는 불을 보듯, 어머니를 바라보는 저의 마음이 못나 보이는 시간입니다. 어머니도 여인이고 한 인간인데 말입니다. 자식으로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어머니! 이젠 어머니께서 자식들에게 베푸신 은혜에 대해, 자식들이 못 갚은 것을 슬픔으로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마음이 많이 무거우나 부모와 자식 간의 연()의 고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난 우리의 인연은 나름 즐거웠고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비록 지금 어머니의 기억이 흐릿해지긴 했어도 저와의 즐거운 대화는 기억에 남을 겁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거지만 자식들에게 아까운 게 뭐가 있겠습니까. 부모 마음이 이럴 겁니다. 소중한 나의 자식들의 행복이 부모의 행복과도 같겠지요. 어머니! 자식들에게 조금은 서운하고 서러우시겠지요. 부디, 어머니 마음속에 이러한 마음이 오래 머물지 않기를 빌겠습니다.

저는 어머니와의 이별 연습을 슬픔으로만 채우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어머니께서도 바라지 않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지치고 힘드신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이젠 어머니 인생에서 그 많은 수고로움을 덜어낼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얼마나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까. 어머니께서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으시고 쉬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현재 지치고 힘든 상황이 더 이상 고통으로 연장되는 걸,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편안하게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저와의 인연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한없는 사랑과 응원을 끝까지 해 주신 점 기억하겠습니다. 저도 똑같이 저의 자식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름 많을 것을 보고 깨달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머니 덕택으로 이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넓어지고 깊어졌답니다. 바라건 데, 어머니의 의지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저와의 인연을 이어간다면 정말 기쁠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저는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젠 어머니는 쉬셔야 하니까요. 어머니! 너무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머니께서 가시고자 하는 길로 편안하게 가셔도 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우리의 인연은 기쁨이 있었고 즐거움도 많았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인연으로 만나 이별이라는 숙명도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으로 태어난 기쁨이라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낙지, 홍어 무침과 막걸리, 정말 최고였습니다! 영원히 제 가슴속에 즐거웠던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지나간 슬픈 기억은 지워버리고 어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그리움만남기겠습니다. 부디, 가을에 나는 나비처럼 높이 날아가시길 빌겠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저의 희망을 한 가지 덧붙이자면 또 다시 어머니를 뵐 때, 눈을 한 번 만 떠 주시고 아들이 왔구나!” 이 한마디만 해 주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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