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햄버거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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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햄버거 해프닝’
  • 오기춘 기자  okcdaum@hanmail.net
  • 승인 2023.05.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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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춘 기자
오기춘 부국장

|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20여 년 전 일이다. 서울에서 업무 차 미팅을 마치고 점심때를 놓치게 됐다. 상대방의 편리에 맞춰 약속 시간을 잡았던 것이 그날 해프닝 원인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고 그 당시 음주단속을 했던 경찰공무원도 참 어이없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경력이 있는 경찰관이나 알 수 있는... 서로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말하자면 이렇다. 흔히들 때가 지나면 요기하기 좋은 것이 햄버거나, 샌드위치일 것이다. 또는 빵이거나. 하지만 그래도 내 입에 맞는 것은 햄버거가 제일이다. 당시에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점이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으로 오는 길을 돌아야만 M사의 햄버거를 맛볼 수 있었다. 또한 운전하면서 먹는 햄버거 맛은 나한테는 낫 설지 않은 풍경이었고, 산길 유원지 풍경을 구경하면서 한 끼를 때우니 시간도 절약하고 일석이조다. 아무든 창문을 열고 운전하면서 먹는 그 맛이 일품이다.

M사의 햄버거를 포장해 차 안에서 먹으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집으로 내려오는 낮 시간대에 음주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음주 단속에 임했다. 단속 경찰관이 ~ 하고 길게 불어 주세요하기에 그 말에 따라 후~ 하고 불었다. 그런데 전자음이 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뭐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단속 경찰관이 내리세요!”하고 격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별생각 없었다. 술을 안 마셨으니깐.

왜 내려요?”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다른 단속 경찰관이 그 장면을 보고 달려오더니 열려 있는 창문으로 두 사람이 동시적으로 차에서 내리세요! 지금 음주 운전 단속 중이며 음주 운전 중이십니다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멀뚱히 두 경찰관을 쳐다보며, “저 술 안 마셨는데요? 그거 기기 고장 아닌가요? 멀쩡히 술도 안 마신 사람에게 음주운전이라뇨?”하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단속 경찰관은 지시에 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짜증을 내며 지시에 응하지 않으시면...”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황당한 지시에 기기 탓만 했다.

저기 근무자님 난 말이죠. 술도 안 마셨고요 술 근처도 안 갔습니다. 아니 멀쩡한 대낮에 무슨 시비도 아니고. 술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 보세요하며 강하게 말했다. 그러자 단속 중인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경찰관이 햄버거를 씹는 나를 자세히 쳐다보고는 지금 뭔가 드시는 것 같은데요?” 하고 묻는 것이다.

네 배가 고파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운전하고 있었는데요라고 대답 하자, 단속 경찰관이 그러면 지금 드시는 것 좀 제가 먹어보면 안 되겠습니까?” 하는 것 아닌가? 허허 이거야 참. “제가 먹던 것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하면서 먹던 햄버거를 단속 경찰관한데 줬다. 단속 경찰관은 햄버거를 한입 씹으면서 바로 음주 측정기에 대고 불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거친 기기음 소리가 들렸다. 나도 당황하고, 단속 경찰관도 당황했다. 술빵도 아닌데? 음주 측정기에서 황당한 소리가 난 것이다. 음주 단속 경찰관도 나도 황당한 웃음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단속 경찰관이 하는 말이 어쩌다가 이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박카스를 바로 마신 분들도 이러한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하면서 안녕히 가십시오하는 것이었다.

결국은 햄버거의 해프닝이었지만 그래도 황당한 것은 음주 단속에 걸릴 수 있는 재료가 들어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날의 해프닝으로 햄버거를 먹고 운전할 경우 음주 단속에 걸릴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요즘은 낮 시간 때도 음주단속이 잦으니 햄버거를 먹으며 음주 측정은 피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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