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 사기 들끓는 동안 우리 제도권은 뭐하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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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세 사기 들끓는 동안 우리 제도권은 뭐하고 있었나
  • 김상현 기자  sanghyeon6124@naver.com
  • 승인 2023.04.2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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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기자
김상현 기자

| 중앙신문=김상현 기자 | 전세 사기가 서울, 경기, 인천, 강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 ‘이번에도발생하는 중이다. 마치 유행처럼 우후죽순 터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빌라나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거주자들로 우리사회의 약자인 서민들이다. 서민들을 우롱하고 등쳐먹는 전세사기범들의 실체는 어떠한가?

최근 터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253채를 소유했으나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전세 사기 피의자는 부부로 알려졌다. 경찰이 더 자세한 수사를 해봐야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부의 행각에는 부동산중개업자가 끼어 있다. 경찰은 이들을 출국 금지하고 계좌추적과 피해자 진술 청취 등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최근 벌어지는 전세 사기의 특징은 부동산을 과다하게 소유한 피의자와 부동산중개업자가 결탁했다는 점이다. 믿어야 할 중개인이 중간에서 마음먹고 속이니, 피해자들은 꼼짝 없이 걸려든다.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21일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집 경매가 시작되면 다 끝이다. 내 가족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법원이 직권으로 경매 중지를 왜 못하는 것이냐면서 호소했다. 법원은 경매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채권자의 협조를 구하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피해자들에게 전세금은 향후 내 집 한 채 마련을 위한 전재산이다. 그들은 그 돈을 모으는 동안 피땀 흘려 노력했을 것이다.

정부가 나서기는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매일 같이 정쟁을 일삼는 이들에게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조차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향해 탓하는 언어만 구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집은 경매 등으로 매각되고 있다. 정책을 구사하는 언어와 법체제 간의 괴리감이 너무나 크다.

전세 사기 피해가 구제되지 못할 경우 서민들은 삶의 의욕을 상실할 위험이 높다.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당장 사기범들을 잡아 엄벌에 처하고, 제도적 보완 장치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유사 사례는 더 많이 발생할 것이고, 피해자들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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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2023-04-22 22: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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