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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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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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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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섭(수필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책이나 신문을 읽는다는 것-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그 중에서 필요한 지식, 사상을 내 머릿속으로 옮겨 놓는 작업이다. 적은 비용을 투자하여 평생 내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는 것 중 제일 앞서는 게 책 아닐까.
그 뿐인가. 책 한권이면 세계 어느 곳, 어느 문물, 어느 인물이든 찾아 볼 수 있으니 이렇게 편한 게 또 어디 있겠는가. 근래 컴퓨터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보편화하여 책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나, 책을 읽는 감동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지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책속에 진리가 있고 세상살이의 정답이 있고 힌트도 숨어 있으며 나도 모르는 재미가 무궁무진하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산골아이는 산에서 해가 뜨고 산으로 해가 지는 줄 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누구나 산골아이가 되어 좁은 세상에 살 수 밖에 없다. 책의 가치는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데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나이 70이 넘도록 단 한권도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 하루 세끼 밥 먹고 사는 거야 남과 같겠지만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인가.
 내 아는 분의 책 읽는 얘기를 듣고 입이 떡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그는 책을 잡으면 대충대충 읽으며 책장을 넘긴다. 눈에 띄는 대목이 있으면 그 페이지를 칼로 베어낸다. 책 한권에서 몇 장 베어내도 좋고 또 단 한 페이지만 베어내도 좋다. 이렇게 모은 종이쪽이 마대로 가득차면 그것들을 꺼내어 다시 읽는다. 이때도 대충 읽으며 취사선택한다. 책 한권 모두 읽기에는 시간도 없고 책 한권의 모든 내용이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읽으면 책 한권을 빠른 시간에 두 번 세 번 읽는 셈이니 좋을지 모르겠다. 하여간 1년에 수 백 권씩 독파하는 그의 독서량에 감탄했었다. 바쁜 세상 살려면 그분 같은 독서방법도 한 가지 지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책 읽는 방법이야 어떻든 젊은 학생들은 학창시절에 여러 분야의 갖가지 책을 골고루 읽어두도록 권한다.
책 속에는 人性- 도덕 혹은 윤리적 개념과 함께 열정, 모험심, 질서의식, 준법정신, 호기심, 자신감, 가치관, 지식- 이 담겨 있고, 우리에게 겸손과 세상사는 법도를   가르친다.
한 지붕 밑에서 3대, 4대가 살던 세월이 가고, 핵가족화 하여 아이도 하나만 낳다보니 지나치게 곱게 길러 버릇없는 망나니만 양산하게 되었나 보다. 선생님 머리채를 꺼들고 때리고 욕설을 퍼붓고, 제 아비를 패는 패륜아가 눈에 띈다. 책을 멀리하고 인터넷에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게을리 한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독서는 어릴 때부터 습관화하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으면 독해력, 판단력, 수리력(數理力)등 우리가 세상 사는데 필요한 기능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고,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커서 정신력도 왕성하며 공부를 잘 하고 성격도 원만해지는 걸 내 주변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2000년 전 후한의 채륜(蔡倫)이 종이를 발명한 이래 문서작성이나 기록보존에 혁명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 전에는 간(簡 대나무), 독(牘 나무껍질 다듬은 것)이 종이 역할을 했고 인류문화 창달에 한 몫을 했대서 그것도 고맙다. 종이의 편리함은 해인사 8만대장경을 떠 올리면 답이 나올 터. 그 부피, 보관 공간, 제작기간을 따지면 종이와 인쇄술의 고마움이 자명해진다. 성경이나 불경도 종이나 인쇄술이 아니었으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니 현대 문명이 얼마나 고마운가.
책이 만들어지는 복잡한 과정과 방법을 알 필요도 없이 우리는 적은 돈을 들여 편안하게 읽기만 하면 된다. 
우리들의 게으름을 경계하고 지식을 넓혀주기 위해 수 천 년 전부터 노력해온 선배지식인들의 숭고한 노력과 책 만드는 모든 분들의 수고가 고맙지 아니한가.
이집트 나일 강 주변에 자생하는 파피루스(papyrus)라는 갈대는 키가 2-3m요. 굵기가 10cm나 되어 껍질이 기록용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8세기경 서양으로 넘어가 발전되고 종이(paper)의 어원이 되었다니 과학문명은 동서양이 서로 앞서거니 경쟁했나 보다.
이제는 책도 컴퓨터로 편집하고 그림도 마음대로 그리고, 색깔도 편리하게 조절하니 목판인쇄, 활판인쇄는 박물관에나 가야 구경할 처지가 되었다.
날씨가 더워지니 나른하고 잡념이 생기는 계절이다. 책을 읽으려 하나 몇 줄 지나지 않아 스르르 눈이 감기고... 그렇더라도 꾀부리지 말고, 내 인생에 지팡이가 될 만한 책 몇 권 골라 옆에 두면서 겉장이 헤어지고 책갈피가 너덜해지도록 읽고 또 읽어 세상 사는데 스승으로 삼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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