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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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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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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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한국유머센터장,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의자에 앉아서 지휘봉을 흔드는 지휘자 제프리 테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훌륭한 지휘자 중 한 사람이다. 하반신 장애를 가졌지만 명지휘자로 유명한 그에게 기자가 물었다.
“그 몸으로 어떻게 지휘봉을 잡으시는지요?”
“저만의 노하우가 있답니다.”
“어떤?” “오른손으로 잡아요.”
만약 오른손이 장애라면 아마 이리 말했을지 모른다. “왼손으로 잡으면 됩니다.”
단순하면서도 정말 위대한 정신을 보여주는 말이다.  테이트, 내가 여자라면 데이트하고 싶은 남자다  언제고 그를 만나면 그 오른손을 꼬옥 잡아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얼까? 누가 뭐라 하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다.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자신과의 관계를 다지지 못한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없다.
이를 자기 긍정의 태도, 자긍심이라 하는데, 자긍심을 키우는 데는 유머가 최고이다. 유머는 희망과 변화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열등감, 패배감, 피해의식 등 마음을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데 유머만 한 것이 없다.
어린 시절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집안이 가난했던 것도 내성적인 성격이 형성되는 데 한몫 했다. 초등학교 시절 말끝마다 ‘에~’자를 잘 붙이는 담임 선생님이 있었다. 가정환경 조사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에… 오늘은 가정환경 조사를 하겠다. 에…거짓말하는 사람은 각오해라. 에… 나중에 조사해서 에… 다르면 에…박살난다. 에…그럼 먼저 집에 자가용 있는 사람 손들어봐라.” 평지에 살던 친구들 중 몇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러나 산꼭대기 판자촌 달동네, 바로 우리 동네 애들은 한 명도 들지 않았다.
“이어서 에… 전축 있는 사람, 에… 자전거 있는 사람, 에… 전화, 티비, 선풍기… 확실히 들어라.” 우리 동네 애들은 기가 죽어서 그저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우리도 손을 번쩍 들 기회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에… 냄비 있는 사람!”
벤치 멤버라서, 열등반이라서, 얼꽝이라서… 수많은 이유로 우리의 자긍심은 한없이 추락한다. 우리나라 사람 75퍼센트가 각종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청년 시절 영어학습 테이프 세일즈를 할 때다. 실적급을 받는 임시직이기에 정직원에 비해 열등감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사업소 소장님은 매일같이 우리의 자긍심을 키워주었다. “상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안 팔리면 소용이 없어요. 그러므로 여러분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멤버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을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하물며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더욱 어렵다. 세상의 골치 아픈 일이나 당신을 위축시키는 스트레스를 단숨에 부숴버리고 싶다면 유머를 선택하라. 그리하여 스스로를 행복한 인생, 자신감 넘치는 인생으로 인도하라. 사람들이 장미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보내자 옆에 핀 백일홍이 부러워했다. 그러자 장미가 말했다.  “백일홍 님 저를 부러워하지 마세요. 내 아름다움은 극히 짧은 기간뿐이지만 백일홍 님은 백 일 동안이나 피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벚꽃은 탐스럽게 예쁘지만 겨우 일주일 간다. 장미는 열흘 간다. 그 길다는 산수유꽃도 오십일 간다. 백일홍은 백 일 붉어 ‘백일홍’이다. 꽃이든 사람이든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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