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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이란 마음은
  • 중앙신문
  • 승인 2018.05.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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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희(수필가)

불볕 같이 뜨거운 한낮엔 새들까지도 어디 그늘에서 쉬고 있을까 나는 것을 볼 수 없다.
뙤약볕아래서 이기도 하지만 몸놀림이 전과 달리 힘든다. 그것은 허리 때문이겠지 하는 생각은 나이 때문이 아닌 허리 때문이겠지. 전에는 그랬다, 땅을 뒤집어 놨을 때 땅속의 벌레들은 갑자기 밝은 빛에 노출되면 놀라움에 움츠리고 비틀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는 미물인 그것에는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땅이 살아 있음을 기뻐했고, 씨 뿌려 놓고 싹이 트고 떡잎이 나고 속잎이 나오며 점차 자라나는 것을 보면 머릿속이 훤해 옴을 느낀다. 형언키 어려울 만큼 샘물같이 싱그럽기만 하다.
그런 것을 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심미함의 언어를 풀풀 바람에 날려버린다. 그래 문학이란 글을 쓰는 문학이 아닌 자연을 즐기는 문학을, 나만의 문학이라 하고 싶다. 문학이란 것이 별 것이냐 란 마음이다.
며칠 안 있으면 입추이고 말복이다. 그러면 겨울 김장거리로 무 배추를 파종할 때가 된 것이다. 따라서 쪽파도 심어야 하겠다.
작은 텃밭이지만 때가 되면 무엇이 됐던 파종을 해야 하는 것이 텃밭의 작은 질서다. 한 낮의 폭염에는 아무 짓도 할 수 없다. 아직은 김장배추니 뭐니 말 하는 것조차 때 이른 느낌이지만 한 열흘만 지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봄에 푸성귀를 심어 여름까지 뜯어 먹었던 자리엔 무성한 잡풀을 정리하려는데 좀 덜 더운 아침저녁으로는 모기들의 입맞춤이 너무 심해서 싫다. 낮에 나갔더니 이것 뙤약볕 아래서 예삿일로 알고 할 것이 아니다.
처음 접했을 때는 아침저녁 한낮 뙤약볕이라도 그저 신나 했다. 그렇게 한 십 수 년이 겪으니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가 더해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싫증을 느낀 것인지 모르겠다.
한 낮의 폭염에는 아무 짓도 할 수 없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그렇다. 이젠 적은 나이가 아니니 신체의 어디가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육신 어느 부위가 취약한지 자신이 잘 안다.
입원하지 않고 수술대 위에 오르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인 것이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한두 가지가 아닌 문제들은 끼고 살아간다. 건강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자신도 모르는 중에 속에서 불치의 병이 있을 수도 있겠으니 그러니 이제 남은 삶은 그러한 것쯤은 예사로 알고 잘 달래며 함께하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운동이 좋다고 운동을 하라는데 운동이란 것 말처럼 쉽지가 않다. 체력에 무리 없이 꾸준한 맞춤형 운동이라야 한다는데 마음과 달리 몸이 안 따라준다.
육신 어딘가가 일기 예보는 않는다. 그것만으로 다행이지 의사선생님의 말인 즉, 그래도 그 연세에 비해 뼈가 튼튼한 편이란다. 그 연세?…… 그 연세?…… 몇 번을 되뇌어 봐도 귀에 선 단어다. 어느새 그 연세라는 말을 듣게 됐단 말인가 마음은 아직 인데, 골밀도 측정에서 수치가 위험수위에 있으니 골 소실 방지차원에서 먹어야한다는 말을 듣고도 일 년여가 지나서야 먹을까 말까싶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말은 안 듣는다. 뭘 믿고 그렇게 의사 말도 안 듣는지 모르지만……
사지 휘젓고 다니는데 지장이 없다. 그러니 아픈 곳이 없는 것 맞지 않은가…….
언제까지 ‘아직’이란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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