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자교 붕괴사고는 관리감독 소홀과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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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자교 붕괴사고는 관리감독 소홀과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
  • 장은기 기자  jangeungi15@gmail.com
  • 승인 2023.04.0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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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기 기자
장은기 국장대우

| 중앙신문=장은기 기자 | 시민들의 통행이 잦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붕괴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 평일 아침에 길을 건너던 시민 2명이 하천으로 추락하는 봉변을 당했다. 현대에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황당한 참사다.

지난 5일 아침 945분께 정자교 보행로 부분이 무너졌고, 다리 위를 걷던 시민 2명이 탄천으로 추락했다. 30대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20대 남성은 중상을 당했다.

외관상 멀쩡해 보였던 교량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은 부실공사가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이른바 날림공사를 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분당구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이 교량에 대한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했고 양호하다고 판정을 내렸다. A~E 등급 중 정자교는 B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잘못된 안전점검결과인 셈이다.

건설한 업체와 보수한 업체, 지자체와 관계기관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빚어낸 총체적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다. 7일 현장 합동감식이 진행되자 모여든 시민들은 늘 산책하던 교량이다. 하마터면 나도 참변을 당할 뻔했다면서 탄식했다. 시민들에 따르면 이 다리의 하부 산책로는 수많은 인파가 오갔으며, 다리 하부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도 많았다고 한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붕괴된 다리는 길이 118m, 폭은 26m 규모로 1993년 준공됐다. 30년이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노후화 됐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대로 건설했는지, 그간 이 다리의 안전성에 대해 관계기관이 책임 있게 관리해왔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1990년대 초반은 분당신도시 조성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도했다. 경찰은 이날 성남시와 분당구청을 압수수색하면서 LH에도 정자교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또 교량 점검 관련 업체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붕괴 전까지 멀쩡하던 다리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으니 육안으로 보고 안심할 수 없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국에 건설된 지 30년이 넘은 교량은 무수히 많다. 이번 붕괴사고로 말미암아 전국적으로 20년이 넘은 교량들에 대한 정밀한 안전진단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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