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액생계비대출 신청 이 정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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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액생계비대출 신청 이 정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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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2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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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소액생계비대출 신청 이 정도라니. (CG=중앙신문)

| 중앙신문=중앙신문 | 한 푼이 아쉬운 것이 취약계층이다. 그럼에도 제도권 금융을 통한 대출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다행히 대출을 받더라도 신용 평점이 낮아 높은 이자를 감당하느라 허덕이기 일쑤다. 그런데다 연체라도 하면 빚부담은 바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는다. 천정부지인 대출금리 탓이다.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저소득층은 더하다. 급전 마련을 위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면서 더 많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소액이지만 빌리기도 어렵다. 법정 한도 20%라는 이자도 비싸지만 담보를 요구하는 조건도 까다롭다. 하지만 대부분 이용자가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지는 형태여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돈을 빌리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담보조건을 수용하고 소액을 빌리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취약계층이 올해 20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덩달아 취약계층 대출 부실화라는 뇌관이 터질 경우 우리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긴급처방으로 내놓은 것이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취약계층 소액 생계비 대출이다. 신용 평점이 하위 20%이고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조건에 따라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까지 급전을 빌려주는데 시작되자마자 신청이 폭주했다.

사전 예약을 받은 지난 22~24일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와 콜센터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다. 인터넷신청이 쉽지 않은 노년층은 직접 상담창구로 몰려들었다. 대출 시행 전 성실 상환 땐 최저 9%라는 단서를 달긴 했어도 평균 15.9%라는 고금리에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또 긴급생계비 명목인데 금리가 너무 높아 정부가 서민을 상대로 고리대금업 장사를 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이처럼 신청자가 몰려든 것은 당장 수십만원도 구하기 어려워 사채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고금리와 경기부진의 어두운 그늘과 우리 사회 경제적 약자의 형편을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올해 소액 생계비 대출에 투입된 재원은 1000억원이다. 10만명 정도가 받을 수 있다. 이번에 몰린 신청 상황으로 보아 부족하다. 그런 만큼 추가 재원 확보에 나서기 바란다. 소액 생계비 대출 사업에 은행권이 3년간 매년 500억원씩 기부하기로 한 출연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취약계층 지원을 더 두텁게 하기 위한 예산안 반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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