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식조리실 개선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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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식조리실 개선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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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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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급식조리실 개선 더 미룰 수 없다. (CG=중앙신문)

| 중앙신문=중앙신문 | 학교급식 조리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 종사자들의 생명마저 위협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검진이 완료된 14개 교육청의 학교 급식종사자 검진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놀랍게도 대상자 24065명 중 폐암 의심 소견0.58%135명에 달했다. 그중 0.13%31명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최근 5년간 60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고, 28%가 양성결절·경계성결절 등의 폐 이상소견을 보였다. 산업재해 신청자 29명을 더하면 5년간 급식종사자 중 폐암 유병자는 60명이다. 이들의 5년 폐암 유병률은 10만명당 135.1명으로, 유사 연령의 유병률(122.3)보다 확실히 높다. 원인은 노후된 시설이다. 대부분이 환기 설비 기준에 못 미쳐 개선 요구도 끊이지 않았다. 학교 급식 조리실은 기름을 재료로 튀김이나 구이, 볶음 요리 등을 많이 하는 특성이 있다. 이때 초미세 분진이 발생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조리흄이라 부른다. 2010년 국제 암 연구소에선 조리흄을 일찍이 폐암 위험 요인으로 명시한 바 있다.

인천 지역만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 시설 개선 공사에 나서 고 있다. 하지만 공사를 마친 15개 학교조차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후 설비 성능을 평가한 결과 단 한 곳도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 설비 설치 가이드기준치에 미달했다. 기존 학교들은 더 열악하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494개 초중고 급식실 작업 환경을 측정한 결과 충족 학교는 단 4곳에 불과했다.

이번 학교 급식종사자들의 높은 폐암 유병률 확인으로 정부의 조리실 환경에 대한 안이한 대처가 확인됨 셈이다.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 급식실 작업 환경은 급식 노동자의 목숨과 직결돼 있다. 시교육청은 급식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기시설뿐 아닌 전반적인 안전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을 언제까지 최저임금에 가두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 몰 수는 없다. 뒤늦게 학교 조리실의 환기 설비 지원, 미세분진인 조리흄 최소화와 식단 및 조리법 개발·보급, 보호구 도입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혀 다행이지만 그래도 늦었다.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종전과 다르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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