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오기춘 기자 | 가끔 혼자서 식사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동두천의 한 칼국수 집에서 2인 자리의 조그마한 탁자에 앉아 먹는 칼국수가 나름 편하고 좋다.
워낙 천천히 식사를 하는 탓에 동행한 일행들과 식사 속도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며 식사를 하곤 하지만 그들보다도 항상 내가 늦다. 때문에 식사를 다 하지도 않고 수저를 슬쩍 내려놓기 일쑤다. 늦게 먹는 습관 때문이며, 어릴 적부터 식사는 천천히 하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좀스럽긴 해도, 혼밥을 하는 이런 식사 시간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인가, 그날은 칼국수를 주문한 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뒤에 손님 두 분이 들어오셨다. 80대 할머니 한분과 20대 여성이었다. 할머니와 손녀 같이 보여 다정해 보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분들은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고, 젊은 여성분이 주문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제비 2그릇과 된장찌개 하나요. 어? 두 분인데 3인 분이네? 생각하며 나는 주문시켜 나온 칼국수를 먹고 있었다. 잠시 후 청년 한 명이 들어오더니 그분들과 합석을 하는 것을 보고, 아 세 명 이셨구나. 참 보기 좋았다. 잠시 후 서빙 아주머니가 그들이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나오더니 “주문하신 수제비 2그릇과 된장찌개 하나 나왔습니다” 하며 그들의 탁자에 주문한 음식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어? 저희는 수제비 주문한 적이 없고요, 칼국수 주문했는데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난감해하는 서빙 아주머니를 보다가 오지랖 넓게 끼어들고 말았다. “제가 옆에서 들었는데, 수제비 주문하신 게 맞습니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젊은 여자분이 “아? 그래요? 우리가 착각했나? 봐요” 하더니 “수제비 먹을게요” 하는데 난감해하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고마운 표정을 짓는다.
그분들이 바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내가 옆에서 사실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면 식당 주인은 주문한 음식을 어떻게 했을까? 아마 버리든지, 울며 겨자 먹기로 격하게 수제비를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억울해 했었을 지도.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주변에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 학교 선·후배들과 부딪치며 살아간다. 그들과 가끔 대화하다 보면 서로의 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투기도 한다. 짧은 시간 칼국수 집에서 세 명의 손님은 나에게 좋은 교훈을 준 것 같다. 잘못 말한 것에 대한 ‘인정’하는 세상 그것이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칼국수를 먹던 그날 ‘오지랖’으로 좋은 교훈을 얻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