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경영이야기] 가치관의 변화와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상태바
[함께하는 경영이야기] 가치관의 변화와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 이종민 경영학 박사  jong7min8@naver.com
  • 승인 2023.02.23 08: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민 경영학 박사
이종민 경영학 박사

| 중앙신문=이종민 경영학 박사 | 사람들의 가치관(Values)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적 상황 및 문화적 환경 하에서 학습하고 경험한 산물로서 형성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학습과정과 경험을 공유할 수는 없다. 각 개인마다 학습 수준과 사회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가치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치관은 다양한 상황에서 무엇이 올바르고 옳지 않은 것인지, 좋거나 나쁘다거나, 바람직하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하는 개인적 생각이 담겨 있는 도덕적 성향 내지는 판단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의 대부분은 특히 유년 초기에 부모, 교사, 친구, 그리고 존경하는 인물 등의 준거집단 등을 통해 형성되는데, 주로 부모님의 가치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다가 점차 성장해가면서 TV, 신문, 방송 등의 대중매체와 각 개인이 접하게 되는 주변사람들, 문화, 종교 등을 통해 다른 가치관과 접하게 됨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은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가치관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결코 경직된 것은 아니다. 장시간에 걸쳐 시대와 상황이 변화하고 사회 및 문화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가치관 또한 변화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근로자들의 가치관 변화 추세를 보면, 개인의 자아실현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확대되고 있다. 노동에 대한 사명감으로부터 여가활동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으로, 물질적 욕구충족을 중요시하던 가치관으로부터 사회적 욕구충족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경제적 유인이나 직장에 대한 충성심에 기인한 전통적 가치관들이 사라지고, 여가생활이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 개인의 정체성, 자기성취에 대한 가치관으로 점차 변화되는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근로자들의 생활연령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산업화의 급속한 진전과 더불어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 등의 변화에 따라 서구적이고 합리적인 의식에 기반을 둔 가치관을 중요시한다. 이들은 사회적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의 충족,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상응한 공정한 보상 및 승진, 성과주의를 우선시한다. 또한 직장보다는 개인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며,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을 추구하고, 개성화와 다양화, 개방성 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역하면 일을 그만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 방식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조용한 퇴사는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Zaidle ppelin)이 틱톡 계정에 올린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확산되었다. 그는 일이 곧 삶이 아니며(Work is NOT your life),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성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용한 퇴사는 그렇게 2022년 여름 SNS상에서 전 세계 MZ세대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동감을 얻게 되었다.

요즘 MZ세대 직장인들에게 회사는 단지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 같다. 이들은 회사가 전부가 되는 순간 내 삶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MZ세대는 번아웃(burnout)‘NO’라고 말한다. 이들은 워라벨(Work-life balance)인 일과 삶의 균형에 집중한다.

회사와 나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내 역할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주어진 일만 충실하게 수행한다. 그만두는 것도 아니지만 승진을 바라는 것도 아니며, 야근 또는 추가 업무에는 선을 분명히 긋는다. 이는 과거 자신의 인생과 삶을 바쳐 직장에 헌신했던 시니어 선배들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이다. 어느 누구도 이것이 좋다 나쁘다, 바람직하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사람마다 살면서 바라는 것이 다르니 다른 선택 기준을 가지고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 및 세대는 항상 변화해 왔다. 다만 다양한 관점에서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와 가치관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공동체 문화이기 때문에, MZ세대의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관심 가져보는 건 어떨까. 직장이 개인에게 생계 수단일 뿐 아니라, 성취감을 얻고 상사, 동료와 협력하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기 위한, 위에서부터의 소통과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인 거 같다.

이종민 경영학 박사
이종민 경영학 박사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1호선 의왕~당정역 선로에 80대 남성 무단진입…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오늘의 날씨] 경기·인천(25일, 월)...흐리다가 오후부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