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⑧긴담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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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⑧긴담모퉁이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3.02.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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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경동 싸리재에서 기독병원을 지나 신흥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긴담모퉁이가 있다. 이름 그대로 돌담이 길게 놓여져 생긴 이름인데 이제는 싸리재와 더불어 잊혀져가는 이름이다. 70년대 초 인천 토박이 청년들은 이곳을 가리켜Long()Corner(모퉁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이곳의 돌담은 오태태라는 중국 사람이 살면서 쌓은 담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나 그에 대해 전하는 내용이 없어 확실치 않다. 이곳은 원래 신흥동과 경동 사이에 솟아있는 야트막한 구릉지였다. 현재 송도중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신흥동과의 경계지 일대에는1900년대 초반까지 인가가 거의 없는 대신,일본인들의 묘지와 절이 있었다이곳 묘지에 묻혀있던 일본인들의 상당수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때 목숨을 잃은 일본군이었다고 한다.

그 뒤 1902년쯤 이곳에 있던 묘지들은 이근 율목동 공원에 새로 만들어진 공동묘지로 옮겼다. 이 때 신흥동에서 이곳 긴담모퉁이를 지나 축현역(지금의 동인천역)으로 이어지는 도로 공사가 추진된 것이다. 이는 신흥동 일대에 살던 일본인들이 축현역과 그 일대 한국인촌까지 편하게 오가기 위해 벌인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구릉에 꼬불꼬불한 흙길 하나만이 있었다고 하는데 일본인들이 중심이 돼 이곳의 구릉을 잘라 헤치고 양쪽의 절토 부분에 긴 축대를 쌓아 올려 그 사이에 도로를 만든 것이다. 고 최성연 선생이 쓴 향토사 책자 개항과 양관역정에 따르면 이 공사를 시작한 것은19074월이며 같은해11월에 공사를 마쳤는데 당시 돈으로14000원의 공사비가 들었다고 기록돼있다.

긴담모퉁이 주변에 있었던 일제시대 일본인 공동묘지. (사진제공=중구청)
긴담모퉁이 주변에 있었던 일제시대 일본인 공동묘지. (사진제공=중구청)

이렇게 해서 긴 돌담 축대가 생기게 됐으며 그 모퉁이까지 가면 신흥동 큰길과 만나니 이곳에 긴담모퉁일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한편 이때 공사를 주도한 사람이 산근이라는 이름의 일본군 육군 소장으로 러일전쟁 당시 병참부의 사령관을 맡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가 러일전쟁이 끝난 뒤에도 공병대를 이끌고 지금의 전동에 있었던 전환국 청사에 주둔하며 이 공사를 맡아 한 것이다. 그는 이곳의 공사 외에도 월미도에 꽃을 많이 심었다.

지금의 긴담모퉁이. (사진제공=중구청)
지금의 긴담모퉁이. (사진제공=중구청)

당시 일본인들은 이 같은 그의 활동을 칭송한다는 뜻에서 전동의 이름을 산근정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긴담모퉁이 중간 쯤 철문으로 굳게 닫친 토굴이 있었는데 이 굴은 언덕 넘어 인근의 신흥초등학교 내 동산으로 이어졌다. 필자가 1960년대 초 신흥초등학교에 다닐 때 곰을 기르던 굴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일본군이 이굴 속에 폭탄 등 무기를 저장하기위해 굴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70년대 들어 신흥초등학교가 굴의 입구를 봉쇄해 지금은 굴의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긴담모퉁이 건너편 율목 공원 중턱(구 시립도서관 아래)에 인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좋은 위치에 시장 관사가 있었다. 시장 관사 앞까지 긴담모퉁이에서 연결된 차도가 이어지며 관사 아래 산자락(신흥동6번지)에는 일명6번지로 불리는 부자촌이 형성돼 이곳에 거주한 자체가 부를 상징했다.

긴담모퉁이를 따라 올라가면 모퉁이 끝에 국정원이 위치해 당시의 위상을 떨쳤다. 국정원은 인하공사라는 간판을 걸고 일반 회사로 위장해 일반인들은 이곳이 무었을 하는 곳인지 알지 못했다.

당시 만남의 장소가 마땅치 않던 시절 신흥동 일대에 거주하던 여인들은인하공사정문을 약속장소로 정해 이곳에서 만나 동인천으로 놀러가곤 했으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특히 남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만나는 장소가 바로 정보의 원천지였으니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처박은 꼴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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