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고민해보는 생각 한 꼭지] 성웅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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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고민해보는 생각 한 꼭지] 성웅의 눈물
  • 시인 염필택  ypt0406@hanmail.net
  • 승인 2023.02.1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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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필택 시인
시인 염필택

| 중앙신문=시인 염필택 | 거북선 아쉬운들 간 곳이 어드메뇨/ 일렁이는 울돌목 달려드는 왜선들/ 대장선 망루 위 멈춘 마지막 호령 소리/ 노량 바다 죽음은 허망하게 깃들고/ 떠나는 마음보다 남을 이, 아삼삼해/ 내 죽음 알리지 말라 거두는 숨결 소리/ 내 의견 무시 말라 내걸린 플래카드/ 주판알 놓는 소리 왁자한 쉰 소리에/ 어이타, 빛바랜 충정 섧디 설은 곡소리 <성웅의 눈물/ 염필택/ 2023>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묘역(사적 112) 주변을 둘러싼 문화재 구역 확대에 갈등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날 허연 입김을 휘날리며 장군의 묘역을 찾아 나섰다. 워낙 추운 날씨라서 그런지 참배객은 한 명도 없고 산새 소리만 쓸쓸히 들려 적막감이 묘역에 감돌았다.

현충사는 몇 번 와 봤어도 장군의 묘역은 처음 찾는 길이다. 필자를 포함한 외지인 대부분은 장군의 묘소가 현충사와 약 9km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을 간과하거나 모르고 있든지, 아니면 현충사 경내에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장군의 묘역은 현충사 근처가 아닌 아산시 음봉면 어라산자락에 있다. 신도비가 있는 입구 근처부터 장군 후손들의 무덤들이 장군의 후광을 얻고자 하는 염원 때문인지 좌청룡 우백호를 이루는 좌우 능선을 따라 조선시대부터 많이 조성되어 즐비하였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반만년 역사를 통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1, 2위를 다투어 왔던 것이 항상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세계적인 명장으로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나폴레옹의 야망을 꺾어 버리고 전사한 호레이쇼 넬슨 제독과 이순신 장군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이순신 장군을 넬슨 제독에 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넬슨과 이순신의 전공(戰功)은 비교될 수 있을지언정 인간성 측면에서는 언급하기조차 껄끄러운 넬슨에 비해 이순신 장군의 우위가 추종을 불허함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의 묘역도 1973년에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되고 현충사도 성역화 조성사업을 했다는 사실에서 그 이면을 살펴보면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국난극복사 속 장군들의 업적을 현양하고 동상 건립 및 묘역 정비를 서둘렀음에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문신들보다는 무신을 앞세운 의도가 쿠데타에 의한 정권 찬탈을 한 비도덕적 권력이 쿠데타의 정당성 확보 내지는 집권의 당위성을 내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일련의 사업이었다는 데서 필자는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를 않아 왔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성웅으로 숭앙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아마 그 당시나 지금이나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임진왜란 당시 장군의 혁혁한 전공은 물론 효심과 애국 애민의 표상으로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추앙받아야 마땅한 자랑스러운 선조임을 누구나 자부할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에 와서 장군의 묘역을 기존 지정 구역에서 약 20배의 넓이로 문화재 지정 구역을 확대하려는 정부 당국과 현지 주민과의 첨예한 대립이 현지에 나부끼고 있는 볼썽사나운 시뻘건 플래카드들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산권 행사와 인근 업체들의 투자위축 및 일자리 창출이 매우 중요함은 묵과할 수 없겠으나 지난번 김포 장릉의 사태처럼 흐지부지 졸속 처리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과거 조국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업적을 현양하며 그 후손들이 자긍심 속에 걱정 없이 살아가도록 하고자 나치 독일에 협력자는 지금도 중단없는 추적과 응징을 함에 있어 국가가 솔선수범하여 매진하는 데 반해 같은 전범국의 일원인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는 친일 인사들을 수월성과 편의성을 내세운 국가재건이라는 핑계로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가 야합을 통한 묵시와 영입으로 꽃길만 걷게 해주고 그 후손들은 막대한 불법적 부의 축적을 기반으로 지도층 행세를 해왔지만, 독립지사들의 후손들은 철저한 방치와 외면 속에 궁핍한 세월을 보내게 함으로써 민족정기의 혼이 퇴색되는 아픈 과거의 잔흔이 아직도 진행형이다.

타협에는 양측이 논리 정연한 설득을 통한 적당한 타협과 양보가 필요한 법이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현양 사업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고 현지 주민의 재산권 행사도 무시할 수 없는 양날의 검이요, 두 마리의 토끼일 것이다정부 당국은 적절한 보상을 통해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주민은 혹여 님비(NIMBY)주의에 빠진 소아적인 근시안의 접근은 피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재조지은(再造之恩)을 앞세우며 말도 안 되는 비겁한 왕과 지도층의 논리 앞에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운명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45405'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훈갑의 공적을 세우고도 전후 조선에서 언급조차 피하고 쉬쉬했던 한심한 대접을 숙종 연간에 겨우 회복하였고 정조(正祖)대왕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았는데 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후손들이 이불리(利不利)를 따지는 모습을 보시면 지하에서 장군의 심정은 어떠하실까 가늠조차 어렵다. 누명을 뒤집어쓰고 백의종군 길을 나섰던 장군이 가셨던 길에서 수백 년 후에 이전투구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임으로써 또다시 저승에서조차 편안히 잠 못 드시게 한다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가끔 필자도 백의종군 길을 따라 산책하면서 장군의 당시 심정을 발걸음 한 발작마다 되새겨 보지만 이런 추태를 보이지는 말아야 함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최소한의 바른 자세요, 책무가 아닐까?

비록 때늦은 감은 있으나 차제에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면 을사오적으로 대변되는 매국노와 친일파의 행적에 대한 프랑스에 걸맞은 강력한 응징 조치와 부정 축재에 대한 철저한 환수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애국지사들의 현양 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후손들의 자긍심과 복지향상을 위해 국력을 총집결할 때라고 본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가 국난이 닥치면 조국을 위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내 한 몸 내던질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의 젊은 패기의 대통령 케네디의 국가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것을 바라기에 앞서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던 말에 씨랜드, 세월호,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참사와 문화재 관리의 미숙한 처리를 겪으며 필자는 반문한다.

국가의 책무부터 먼저 이루어진 다음 국민의 책무를 요구함이 어떨는지? 부디 지하에 잠드신 성웅께서 피눈물을 흘리시는 일은 없게 현명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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