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복 조례안 발의 ‘좋을까 나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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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교복 조례안 발의 ‘좋을까 나쁠까’
  • 김광섭 기자  kks@joongang.tv
  • 승인 2018.05.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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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委 무상교복 수용

| 중앙신문=김광섭 기자 | 통과 시 31개 시군 70억 지원
학생 선택권 침해 문제 우려
中企 자유경쟁 질서 붕괴도


정부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 2월 9일 지자체의 중·고교 무상교복 사업을 수용하기로 했다.
사회보장위원회 동의를 단서로 올해 경기도와 도교육청 본예산에 중학교 신입생 무상교복 사업비 210억 원(경기도 70억 원·도교육청 140억 원)을 반영한 도의회는 3월 임시회에 무상교복 지급을 위한 ‘경기도 학교 교복 조례안’ 을 발의했다.

광역지자체 차원의 무상교복 조례 추진은 경기도의회가 처음이다.

조례안이 처리되면 31개 시·군으로부터 70억원을 지원받아 모두 280억 원으로 중학교 신입생(12만 5000명)에게 1인당 22만 원 상당의 교복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조례안은 교복구입비를 지원받은 학교는 교복업체를 선정하고 학생에게 현물을 지급한 후 업체에 대금을 결제하도록 했다.

특히 학교장이 교복을 구매할 때에는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무상교복 사업비를 세우며 ‘사회보장위원회 동의’뿐 아니라 ‘중소기업 활성화 사업 연계’를 집행 조건으로 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명브랜드(메이저 4사)와 관련된 교복사업자 단체로 회원이 1만명이 넘는 한국학생복산업협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학생복산업협회는 도의회에 낸 의견서에서 “조례안에 따르면 반드시 학교에서 공급하는 교복만 선택할 수밖에 없게 돼 헌법상 보장된 학생의 선택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소기업 제품 우선 구매 원칙은 자유경쟁 시장질서가 형성돼 있는 교복시장을 교란 내지 붕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 학부모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현물이 아닌 현금 지급을 요구했다.

학사모는 “경기지역 학생 1107명, 학부모 1517명, 교사 13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현금 지급 찬성이 90∼92%, 디자인 자율이 95∼96%를 각각 차지했다”며 “청소년기에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욕구 등을 수혜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생,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라”고 도의회를 압박했다.

결국, 도의회는 3월 임시회와 4월 임시회에서 잇따라 무상교복 조례안 처리를 보류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보편적 복지인 무상교복사업을 추진하며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는데 업계와 학부모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게다가 성남시 등 자체적으로 무상교복사업을 벌이는 지자체가 모두 현금을 지급하고 있어 조례안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열리는 6월 임시회에서 조례안을 심의하기로 했지만 한국학생복산업협회와 학사모 주장에 동의하는 도의원들이 적지 않아 통과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조례안 원문은 경기도의회 홈페이지(http://www.ggc.go.kr) 하단 접수의안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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