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김광섭 기자 |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난 설 명절에 고향 대신 해외여행을 선택해 다녀온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우리나라 섬 제주도를 비롯해 국내 유명관광지도 인산인해였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가 풀리면서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 전에도 꾀나 있었던 현상이었다.
조상님께 반드시 차례를 지내야 하는 우리나라 유교사상 등으로 설 명절에 여행가기가 여간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런 룰이 깨지고 있다는 것에 필자는 가끔 놀라곤 한다.
어찌됐든 이미 오래전인 약 15년 전부터 이런 룰이 점차 깨지고 있으니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부담이 없어지니 이 얼마나 좋은 소식인가. 이런 룰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치 않지만 어쨌든 변화의 바람이 분지 오래됐다. 15년 전부터 명절 연휴기간 ‘해외여행’이 시작됐다면 지금은 그 숫자만 해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코로나19 발생이 없었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을 것이다.
예전 한국의 남자들은 대부분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설과 추석 때는 당연히 차례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해 집안의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내야 했던 게 사실이다. 차례 지낸 날 산소에도 다녀와야 했다. 하지만, 그런 50~60대도 언제부터인가 명절 연휴 때 TV에 나오는 발 디딜 틈 없는 공항을 보고 자연스레 호기심이 갔고,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명절 연휴 때 힘든 집안일 뒤로하고 ‘해외여행’ 얼마나 달콤한 속삭임인가.
15년 전인가. 당시 필자도 엄격하기로 소문난 아버지에게 목숨 걸고 한 번 해외여행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다. “아부지 우리도 이번엔 산소에 가서 차례(제사)를 미리지내고,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안 되나요. 많이들 그렇게 한다고 하는데요” 하고. 7년 전 작고하신 근엄한 아버지께서 당시 “말도 안 되는 소릴 한다”며 크게 혼내셨던 기억이 있다. 더 심한 소릴 하셨다. 당연히 그 뒤로는 해외여행 갈 꿈조차 꾸지 못했다. 지금 와 생각하면 그때 다시 한번 더 도전해 볼 껄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껏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단 한번 다녀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평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일상 속 명절 연휴는 그야말로 더운 여름 날 땀 뻘뻘 흘린 후 마시는 사이다 같을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당시로 돌아가면 지금 생각처럼 아버지를 모시고 가까운 일본에라도 다녀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