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➅참외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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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➅참외전거리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3.02.0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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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50년대 인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 앞에서 배다리에 이르는 경인철도 맞은편 거리에 인천청과물시장을 대표하는 참외전거리가 있었다. 이곳은 지금도 청과물상회가 몇 곳 남아 참외를 비롯해 사과, , 수박 등 과일을 팔고 있으나 예전만 못하다.

이 길은1899년 경인철도가 개통된 뒤 숭의, 도원, 율목동 등지에 살던 사람들이 새로 생긴 축현역(지금의 동인천역)을 쉽게 오가기 위해 만들었다당시 철로 주변은 온통 논과 미나리 밭으로 많은 사람들이 밭과 논둑길을 이용하게 되자 이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들었다.

이 과정에서 송림, 숭의, 용현동 등지의 과수원 농장에서 수확한 과일을 가깝고 시내 중심지인 동인천역 앞에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길 주변에 많은 청과물 가게가 들어섰다. 특히 여름이 되면 멀리 서울 오류동에서 달기로 소문난 오릿골 채미(참외)나 우리의 재래종 청채미속이 불그스레한 감채미 등 많은 참외가 바리로 실려와 길거리 빈터에 무더기로 쌓인 채 팔렸다. 이로 인해, 생긴 이름이 참외전거리인데 사람들은 흔히 채미전거리로 부르곤 했다당시 수박은 귀한 과일이었으며 참외 외에는 초여름에 서울에서 내려 온 앵두나 자두 등이 잠시 나올 정도였다.

1920~30년대가 전성기였던 참외전거리에는50년대 큰 규모의 청과물 시장이 들어서 인천 청과물 시장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다 6.25로 농촌이 황폐해지고 청과물 생산이 줄어들자 참외전거리는 점차 스러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판잣집 등이 들어서며 점포를 갖추게 된다.

70년대 참외전거리. (사진제공=중구청)
70년대 참외전거리. (사진제공=중구청)

70년대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참외전거리에는 참외를 비롯해 수박 등 과일을 잔뜩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길가를 메웠다. 통행금지시간인 12시 이전에 과일을 하차하지 못하면 파출소로 끌려가 벌금을 내야했다.

이 시절 밤거리를 돌아다니던 청과시장 주변 동네 청년들이 모여들어 청과 일을 도왔다. 당시에는 아르바이트가 없던 시절이었으나 모여든 청년들은 통행금지 시간에 쫓긴 과일 트럭에 달라붙어 하차를 도와준 것이다. 하차를 돕던 청년들은 장난삼아 수박을 일부로 떨어뜨려 깨트렸다. 물론 깨진 수박은 청년들 몫으로 남아, 작업 후 회식용으로 사용됐다. 이어 하차가 끝나면 상점 주인은 청년들에게 대포 값을 쥐어 주며 청년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통행금지에 쫓긴 운전수와 상점주인에게는 동네 청년들이 구세주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 후 1982년 15일 통행금지 해제로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청년 아르바이트’  또한 점차 아득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필자도 김유식, 백종현 등 용동에 살던 친구들과 어울려 한여름 트럭에 뛰어올라 수박을 나르곤 했다. 작업을 마친 뒤 이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깨진 수박에 얼굴을 파묻고 정신없이 먹던 수박의 맛이야 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표현이 맞는다.

1989년 이곳 도로는 왕복6차선으로 확장돼 길가에 다른 종류의 상점들이 하나 둘 들어서며 청과물 시장은 흩어져 버리는 신세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상점들이 도화철교 밑으로 자리를 옮기며 제2의 청과물 시장을 형성현재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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