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오곡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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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오곡밥의 추억
  • 김완수 국제사이버대 교수  wsk5881@naver.com
  • 승인 2023.02.0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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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국제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세종로포럼 강소농위원장, 前)여주시농업기술센터소장)
김완수 (국제사이버대 교수. 세종로포럼 강소농위원장, 前)여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 중앙신문=김완수 국제사이버대 교수 | 오는 25일은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이다.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 먹기, 귀밝이술 마시기, 부럼 깨물기 등 전통풍습을 즐기며 집안의 평안을 기원했다. 특히 묵은 나물 반찬이나 김에 오곡밥을 싸 먹으며 복을 기원하는 복쌈은 정월대보름에 맛보는 대표적인 풍속이다.

오곡밥에 대한 풍속과 추억

전국적으로도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겼다. 어릴적 추억으로는 마을 제사 지내기, 달맞이 소원 빌기, 더위팔기, 다리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줄다리기 등 풍속이 이어져 왔었다. 농촌에서 자란 어린 시절 대보름 전날인 정월 14일은 밥 일찍 먹는 날이라고 해 해가 지기 전에 오곡밥을 먹는다. , 보리, , , 팥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에, 반찬으로는 호박고지, 고사리, 시래기, 아주까리 잎, 가지나물, 취나물을 말려놓은 묵은 나물을 해먹는다. 요즘도 이처럼 정월 열 나흘날 오곡밥 해 먹는 풍속은 여전하다.

또 이날은 나무 아홉 짐 하고 밥 아홉 그릇 먹는다는 속담처럼 남자들은 나무하고 종일 일을 하면서 자주 밥을 먹곤 한다. 이는 농사일이 시작되었으므로 부지런히 농사지으라는 의미인 것 같다.

동네서 부지런하다고 소문났던 필자는 이런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억이 새롭다. 게다가 놀이의 절정은 보름밥 얻어먹기와 훔쳐 먹기다. 정월 14일에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밥을 얻어먹는다. 동네 아이들이 짚으로 마치 사자처럼 만들어 쓰고 다니면서 집집이 밥을 구걸하면, 그 아이들을 맞은 집에서는 그릇에 밥을 주었고, 그러면 아이들은 여럿이 함께 비벼 먹고 또 다른 집으로 가곤 했다. 밤에는 밥서리라고 하여 저녁에 어디 가서 모여 놀다가 남의 집에 가서 부뚜막에 한 상씩 차려진 나물이고 밥이고 몰래 가져다 같이 비벼 먹고 했던 추억도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아마도 밥 훔쳐 먹는 풍습은 이날은 여러 집의 밥을 먹어야 좋다는 풍습에서 비롯한 것 같다.

오곡밥의 영향학적 측면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 종류는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찹쌀에 검정콩, 붉은 팥, 찰수수, 찰기장, 차조를 넣어 밥을 짓는다. 검정콩에는 활성 산소 제거와 세포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돼 있다. 안토시아닌은 눈의 망막에서 빛의 자극을 전달하는 작용을 하는 수용체 단백질인 로돕신의 재합성을 촉진해 눈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이 밖에도 필수아미노산과 이소플라본이 많아 인지력 개선과 동맥경화, 골다공증 예방 등에도 도움이 된다. 팥은 칼륨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체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고혈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많은 양의 사포닌이 원활한 이뇨 작용을 돕고 부종 완화와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주어 피부 관리와 비만 예방 효과가 있다. 검정콩과

마찬가지로 안토시아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눈 건강과 콜레스테롤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찰수수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탄닌 등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또한,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비타민과 지방산, 각종 광물질 미량 원소들이 있어 심혈관계 질환 같은 생활습관병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찰기장은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에이치디엘(HDL) 콜레스테롤농도를

높여주는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함유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전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각질 세포의 증식을 촉진해 탈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밀리아신이 많이 함유돼 있으며 식이섬유, 무기질, 비타민 등도 풍부하다차조는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베타카로틴 함량도 풍부하며 손톱, 머리카락,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비오틴이 많은 분량 함유돼 있다.

오곡밥 짓기 좋은 우리 잡곡 품종으로는 검정콩 청자5’, 아라리’, 수수 소담찰’, 기장 금실찰’, 삼다찰이 있다. 우수한 건강 기능 성분이 함유된 우리 잡곡으로 오곡밥을 지어 먹으면 현대인의 생활 질환과 영양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번 명절 대보름에는 맛있는 오곡밥으로 가족의 건강도 지키고 이웃과도 나누어 먹는 조상들의 지혜를 실천해 보자.

김완수 국제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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