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 변호사의 깨알 법률지식] 불법행위와 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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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변호사의 깨알 법률지식] 불법행위와 소멸시효
  • 안선영 변호사  sunyoung.an@barunlaw.com
  • 승인 2023.01.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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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안선영 법무법인(유한) 바른구성원 변호사

| 중앙신문=안선영 변호사 | Q : A씨는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학생 때 일찍 극단에 입단하였는데, 극단 대표 B씨로부터 2007년경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위 범행과 연관된 악몽을 계속 꾸거나 피부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결국 연극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극단에서 나왔다. A씨는 2010년경 성년이 되었으나, 성년이 된 후에도 주체할 수 없는 울음, 분노 등의 고통을 매일 겪었다.

그러다 A씨는 2017년경 길에서 우연히 B씨와 마주치게 되었고, 과거 악몽이 떠오르면서 충격을 받아 두통, 수면장애, 불안 등의 증세에 시달리다가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병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 후 A씨는 2018년경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용기를 내 B씨를 형사 고소해 유죄판결을 받게 하였고, 나아가 2019년경 B씨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A씨는 B씨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A :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위 기간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A씨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12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먼저 3년의 단기 소멸시효부터 살펴보자. 위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가해행위가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를 의미한다.

한편 위 단기 소멸시효는 형사상의 소추와는 무관하게 설정된 민사상의 고유한 제도이므로 그 시효의 기산점이 관련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그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성폭력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에 있어서는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바, B씨의 불법행위는 극단의 대표인 B씨가 자신의 단원인 A씨와의 관계를 이용하여 위력으로 청소년이던 A씨를 간음한 것으로서, 당시 A씨의 나이, A씨와 B씨의 관계, B씨가 형사재판 과정에서 ‘A씨를 간음한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A씨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2007년경이 아닌 B씨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2018년경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이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를 의미하는바,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손해의 결과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때를 의미한다.

한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보통 외상 후 짧게는 1주에서 3개월 이내에 증상이 시작되지만 길게는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30년이 걸리기도 하고, 증상이 진단기준 이하로 나타나다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바, 일부 증상 발생 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증상이 악화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손해의 발생시점을 인정하는데 전문가의 의견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A씨가 전문가인 의사로부터 처음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은 2017년경에 A씨의 손해가 현실화 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결국 A씨는 B씨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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